미국 뉴욕 시 보건위원회는 2008년 7월 1일부터 모든 식당 음식에 대해 트랜스 지방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결정했다. 도대체 트랜스 지방이 무엇이기에 이처럼 추방 결정까지 내리는 것일까. 트랜스 지방이 있는 패스트 푸드를 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런 상식은 올바른 것일까. 트랜스 지방에 대해 알아보자.
트랜스 지방이란?=지방은 크게 동물성(포화지방산)과 식물성(불포화지방산)으로 나뉜다. 지방은 몸의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일 뿐만 아니라 체온을 유지하고 세포막을 구성하는 주성분이다. 한창 자라는 아이들은 적정량의 지방을 섭취해야 한다.
트랜스 지방은 식물성이나 동물성에 속하지 않는 인위적인 지방이다. 상온에서 액체 상태인 식물성 지방에 수소를 인공적으로 첨가해 운반 및 저장이 편하도록 경화유(고체 상태의 기름)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긴 돌연변이 지방이다. 이는 순기능이 없는 해로운 지방이다.
적당히 먹으면 문제 될 게 없지만 과도하게 섭취하면 피떡(혈전) 생성 저밀도콜레스테롤(LDL) 증가 비만 심혈관계 질환 위험 증가 등 부작용이 생긴다. 성장기 아이들이 즐겨 먹는 가공식품에 트랜스 지방이 많다. 이런 음식을 많이 먹으면 성장한 뒤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어떤 음식에?=일단 마가린이나 쇼트닝 같은 고체 기름에 트랜스 지방이 많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만든 음식을 피하는 게 좋다. 튀김류나 빵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 음식도 고체 기름이 아닌 동식물성 기름으로 조리했다면 트랜스 지방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과자 중에서도 팜유 등 식물성 기름으로 튀기는 스낵류는 괜찮다. 그러나 비스킷, 초콜릿, 쿠키, 케이크는 좋지 않다. 모양을 예쁘게 만들고 기름진 맛을 내기 위해 대부분 업체들이 고체 기름을 쓰기 때문이다. 팝콘은 식물성 기름으로 튀겼다면 괜찮다. 전자레인지에서 조리하는 즉석 팝콘은 고체 기름으로 일단 튀긴 것이어서 좋지 않다.
튀긴 치킨은 점점 트랜스 지방 안전지대로 바뀌는 추세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10월 시중에 파는 치킨을 수거해 분석한 결과 과거 고체 기름을 이용하던 업체가 대부분 액체 기름으로 바꾼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우유 요구르트 버터 치즈 등 유제품에도 트랜스 지방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는 이름만 같지 해로운 트랜스 지방과는 다르다. 유제품의 트랜스 지방은 고체기름처럼 가공 과정에서 첨가 물질로 인해 발생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패스트푸드가 트랜스 지방의 주범이란 말도 맞지 않다. 피자나 햄버거는 트랜스 지방이 없거나 매우 적다. 가공 과정에서 기름을 거의 쓰지 않거나 기름을 써도 액체 기름이나 버터 치즈 등 동물성 지방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식약청은 튀김을 만들 때 쇼트닝보다는 액상 식물성 식용유를 사용하되 같은 기름을 반복 사용하지 말고, 토스트나 볶음밥 등을 조리할 때도 마가린 같은 고체 기름을 적게 사용할 것을 당부했다.
국내 기준은?=한국은 비교적 일찍 트랜스 지방의 유해성에 눈을 뜬 편이다. 식약청은 올 3월 일찌감치 트랜스 지방을 직접 관리하겠다고 팔을 걷고 나섰다.
우선 과자류와 유지류, 패스트푸드 등 가공식품 450여 종에 대해 얼마만큼의 트랜스 지방이 들어 있는지를 조사했다(표 참조). 또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트랜스 지방 낮추기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제조 공정 과정 개선방안과 표시기준 마련 등 연구 활동에 착수했다.
아직까지 국내 가공식품에는 트랜스 지방 함유량이 표시되어 있지 않지만 내년 12월부터는 모든 가공식품에 대해 함유량을 표시하는 식품표시기준 개정안이 시행된다. 이에 따라 모든 식품제조업체는 비만, 당뇨, 심혈관계질환 등의 원인이 된다고 알려져 있는 당()류나 트랜스 지방, 콜레스테롤이 식품에 얼마나 들어 있는지 반드시 표시해야 한다.
트랜스 지방을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섭취량이 적을 경우 큰 해가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소비열량의 1% 이내에서 트랜스 지방을 섭취하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한국 어린이의 하루 평균 소비열량이 2000Cal인 점을 감안하면 200Cal 정도까지는 트랜스 지방을 섭취해도 무방하다는 얘기다. 이를 무게로 환산하면 2.22.5g이다.
김상훈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