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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른 프로들의 예고된 굴욕

Posted December. 14, 2006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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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도하 잔혹사다.

축구 야구 농구 등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3대 인기 프로스포츠는 2006 도하 아시아경기에서 약속이나 한 듯 줄줄이 참패했다.

3연패를 노렸던 야구는 대만은 물론 사회인 선수가 주축이 된 일본에도 지는 형편없는 플레이로 동메달에 그쳤다. 세대교체를 단행하며 2002년 부산 대회 우승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던 남자농구는 8강전에서 탈락해 1958년 도쿄 대회 이후 48년 만에 노 메달의 수모를 당했다. 은메달이 목표였던 여자농구는 동메달로 목표를 수정했다.

20년 만에 정상 정복에 나선 축구(세계 51위)는 10일 북한과의 8강전에서 3-0으로 완승하며 분위기를 되살렸지만 12일 한 수 아래의 이라크(88위)에 져 3, 4위전으로 밀렸다.

이에 일부 팬들은 배부른 돼지들이 만들어낸 당연한 결과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마추어 선수들이 보면 눈이 튀어나올 고액 연봉을 받고 항상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서 있지만 개인의 이익이 아닌 국가의 명예가 걸린 태극마크 앞에선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야구는 대표에 선발된 선수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태극마크를 반납하는 등 처음부터 팬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축구도 군 면제를 내세워 실력보다는 미필자 위주로 선수를 구성했다. 최부영 남자농구 감독은 몸을 사리며 열심히 뛰지 않는다. 너무 이기적이다. 이게 프로냐며 선수들을 질타했다.

프로 선수들의 도덕적 해이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국내 프로스포츠는 구단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의 규모나 선수의 실력에 비해 고액 연봉이 난무하는 거품 현상이 생긴 게 사실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가 프로에 가면 수억 원은 기본이다.

결국 도하의 참변은 아시아 최고라는 설익은 자만심과 군 미필자 위주의 선수 구성, 섣부른 세대교체가 불러온 결과다.



양종구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