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지상주의가 극에 이른 대한민국에서, 미모는 일종의 권력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부정하기도 힘들다. 겉으로 내면의 아름다움을 떠드는 사람들의 속마음이 그렇지 않다는 걸 여자들은 안다. 어쩌다 화장만 잘 받아도, 다이어트로 3kg만 빠져도 보는 눈이 달라지는 것을.
14일 개봉하는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여성 관객이 공감할 코미디. 국내에서만 30만 부가 팔린 동명의 일본 만화에서 캐릭터와 기본 줄거리를 따 왔고 데뷔작 오 브라더스로 310만 관객을 동원했던 김용화 감독이 연출했다.
입만 벙긋거리는 가수의 콘서트 무대 뒤에서 실제로 노래를 부르는 얼굴 없는 가수 한나(김아중)는 저주받은 몸매에 신이 내린 목소리를 가진 95kg의 뚱녀. 자신의 재능을 알아주는 음반 프로듀서 상준(주진모)을 짝사랑하며 열심히 살아간다. 상준의 생일파티에 참석했다 심하게 마음의 상처를 받고 사라진 한나, 전신 성형수술을 하고 늘씬한 미녀 제니로 거듭나 다시 나타나는데.
김아중의 변신 전후가 확실히 대비되는 데다 역동적인 대규모 콘서트 장면까지, 볼거리가 많다. 그러나 이 영화가 재미있는 이유는 (과장을 섞어) 현실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한나는 성형을 하러 가서 하루라도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한다. 김아중은 특수 분장을 하고 거리에 나갔을 때 사람들이 토할 것 같다며 수군대는 것을 듣고 금방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었단다.
제니가 예쁜 옷을 입고 의기양양하게 활보할 때, 그의 차에 받힌 택시운전사마저 제니의 미모에 넋을 잃을 때, 우습기도 하지만 씁쓸하다. 여대생들의 77%가 다이어트를 하고 방송에서의 성형 고백도 유행이 된 세상이 아닌가. 외모는 껍데기라는 쉬운 교훈보다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결론은 성형 미인의 승리라며 비난할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원톱 주연인 김아중은 많은 미녀 배우가 부담스럽다며 고사한 역을 맡아 한여름에 온몸에 라텍스와 압축 솜을 붙여 변신하는 열성을 보였다. 영화 속 상준의 대사처럼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한가? 잘해야지. 그런데 김아중, 정말 잘했다.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에 신이 내린 몸매와 웬만한 가수보다 나은 노래 실력으로 관객을 즐겁게 하다 마지막 콘서트 장면에선 가슴 찡한 눈물 연기를 보여준다. 12세 이상.
채지영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