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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밴드왜건효과

Posted January. 03, 20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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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서커스 행렬의 맨 앞에는 악대가 탄 역마차 밴드왜건(Bandwagon)이 있었다. 분위기를 띄워 사람을 모으기 위해서다. 미국 서부개척 시대에는 요란한 밴드왜건 소리를 듣고 모여든 사람들 사이에 금광 발견 소문이 퍼지면 너도 나도 금광으로 몰려가곤 했다.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식의 집단심리가 작용해 사람들이 시류를 따르는 현상을 밴드왜건효과 또는 편승()효과라고 한다. 농악대가 풍악을 울리며 길놀이로 사람들을 모으는 것도 밴드왜건효과를 노린 것이다.

밴드왜건효과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미국 경제학자 하비 라이벤슈타인이다. 그는 1950년 소비자 수요이론에 관한 논문에서 특정 상품의 수요가 다른 사람들의 수요에 영향을 받는 것을 밴드왜건효과라고 했다. 남보다 돋보이고 싶어서 비싼 물건일수록 더 사려는 경향을 베블런효과로, 희귀성이 높을수록 소비를 자극하는 현상을 스놉효과로 부른 것도 그다. 기업들이 유명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를 CF 모델로 기용하는 것도 밴드왜건 효과를 활용한 전략이다.

스포츠 세계에서는 밴드왜건 스포츠팬이란 말이 있다. 특별한 연고도 없는 프로팀인데도 승승장구한다고 응원하거나, 우승팀을 응원하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할 것이라는 이유로 이기는 팀을 응원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정치 분야에서는 여론조사에서 앞선 후보에게 지지자가 몰리는 현상을 여론조사의 밴드왜건효과라고 한다. 밴드왜건효과의 함정은 실체도 모르고 시류에 영합했다가 집단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1일 결과가 공개된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지지도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 유권자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얻고 공유하는데 따른 밴드왜건효과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후보나 정책에 대한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만큼 일리가 있다. 밴드왜건효과가 실제로 작용했다면 이 전 시장에게 몰리는 밴드왜건효과가 계속 커질지, 또 다른 주자가 새로운 밴드왜건효과를 창출할지, 아직은 귀신도 모를 일이다.

권 순 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