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회사의 주식시장 상장()에 걸림돌이 됐던 쟁점들에 대해 민간전문위원회가 문제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생보사 상장이 올 하반기(712월)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산하 생보사 상장자문위원회(위원장 나동민)는 7일 이런 내용의 생보사 상장 자문위 최종 입장(생보 상장 최종안) 자료를 발표했다.
1989년 교보생명 자산재평가부터 시작된 생보 상장 논란이 18년여 만에 마무리된 셈이다.
생보 상장 최종안은 다음 달 증권선물거래소의 유가증권 상장규정 개정과 금융감독위원회 승인을 거쳐 올 7월 이후로 예상되는 생보사 첫 상장 때부터 적용된다.
4가지 쟁점 걸림돌 아니다
생보 상장과 관련한 쟁점은 생보사의 성격 보험계약자에 대한 배당의 적정성 내부유보액 처리 구분계리 문제 등이다.
상장자문위는 생보사가 주식회사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계약자는 일종의 채권자로서 배당받을 권리가 있을 뿐 주식을 받진 못한다고 해석했다. 과거 계약자에 대한 배당이 충분했던 만큼 추가배당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도 했다.
이어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이 과거 상장을 전제로 자산재평가를 실시해 회사 내부에 유보한 1540억 원에 대해선 상장 후 5년 내 배당재원으로 활용하면 된다고 밝혔다.
또 1998년 이후 내부유보액을 투자해 얻은 수익 중 계약자에게 배분하지 않은 금액(삼성생명 300억1000억 원, 교보생명 50억600억 원)이 일부 있지만 배분 여부는 회사가 자율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유()배당상품 계약자와 무()배당상품 계약자 몫을 나눠 장부를 관리하는 구분계리를 상장 전에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상장의 전제조건이 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삼성생명은 내년 이후로 미룰 듯
올 3월 결산 때까지 상장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생보사는 교보 동부 삼성 흥국 신한생명 등이다. 이 가운데 교보와 동부생명이 올 하반기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3월 말 기준 경영실적이 좋은 데다 작년 9월 말 기준 내부유보율(납입자본금 대비 잉여금 비율)이 1661%에 이르러 상장기준(25%)을 크게 웃돌고 있다.
동부생명은 올 3월 결산 때 내부유보율이 28%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올 하반기에서 내년 1분기(13월)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삼성생명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관련 항소심, 삼성차 부채 관련 소송 첫 공판 등 현안이 많아 상장 시점을 내년 이후로 미룰 예정이다.
대한생명은 지분 49%를 갖고 있는 예금보험공사가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상장에 적극적인 편이지만 아직 상장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시민단체 반발-공익기금 출연 등 논란 불씨
외형상 상장 관련 걸림돌이 제거되긴 했지만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 생보사의 공익기금 출연 삼성생명 상장에 따른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편 등 논란의 불씨는 살아 있다.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개혁연대, 보험소비자연맹 등 일부 시민단체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반대의사를 밝히기로 했다. 반면 이들과 성향이 다른 시민단체들은 상장자문위 판단에 동의하고 있다. 또 국민정서를 감안해 생보사들이 공익기금을 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데, 출연규모와 방식을 놓고 의견 대립이 있을 수 있다.
삼성생명 상장으로 삼성생명 지분을 가진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가 되면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삼성그룹의 순환출자형 지배구조가 깨질 수 있다. 산업 및 금융자본의 분리 문제가 다시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홍수용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