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접촉이 점점 사라져가는 시대, 사람들은 컴퓨터에 대고 외로움을 호소한다.
공개(publicity)와 시민(citizen)의 합성어로 퍼블리즌(publizen)이라 불리는 이들은 시시콜콜한 프라이버시를 인터넷에 올려 날 좀 봐 주세요하고, 악플러들은 가슴 아픈 일에도 악성 댓글을 달고 쏟아지는 비난을 즐긴다. 이들의 행동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몸부림처럼 느껴진다. 생판 얼굴도 모르는 타인의 관심이라도 받고 싶은 것. 그렇다고 외로움이 달래질까.
사람을 만나 진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그저 속마음을 얘기하고, 들어주는 것.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소통을 경험하고, 삶의 의미를 되찾는 이 영화에서처럼.
작년 9월 개봉해 최근 DVD로 출시된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선 세 번이나 자살을 시도한 대학 교수 유정(이나영)과 사형수 윤수(강동원)가 교도소에서 만난다. 둘에겐 삶을 견딜 수 없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처음엔 서로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다가 꼴통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함께 웃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과거 얘기를 나누면서 변해 간다. 그토록 죽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 살고 싶어진다.
많은 사람이 나만 억울하고 나만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유정의 말처럼 남들이 보기엔 먼지만한 가시 같아도 그게 내 상처일 때는 우주보다도 더 아픈거니까.
그런 이유로 사람은 남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고 내 아픔도 온전히 이해받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사랑받고 사랑하길 원한다고 이 영화는 말한다. 죽고 싶다며 세상에 대한 분노를 터뜨리던 그들의 행동은 사실 살고 싶고,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다는 비명이었던 것. 그래서 여기 그려진 사랑은 남녀간의 사랑이라기보다는 인간애로 느껴진다.
영화 방문자(DVD 미출시)는 인생의 주인이 아니라 방문자로 살아가는 두 남자의 얘기다. 대학 시간 강사인 호준(김재록)은 이혼 당하고 마사지걸을 불러 욕정을 해소하며 욕설과 짜증으로 점철된 인생을 사는 냉소적 지식인이다. 세상이 이단이라 하는 종교를 믿는 계상(강지환)은 좋은 말씀을 전하려 다니는 전도 청년. 그러나 너무 깊은 믿음 때문에 사회생활이 힘들다. 어느 날 문이 열리지 않아 욕실에 갇힌 호준을 전도하러 온 계상이 구하고 이를 계기로 둘은 서로에 대해 알아 간다.
영화에 나오는 대화 한 토막.
믿음! 사람을 믿어라 계상아! 사람이 믿음이야.(호준)
사람은 너무 불완전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계상)
완전한 건 없다 계상아. 그나마 사람이 완전을 향해 가는 거라고(호준)
그렇게 말하는 호준도 계상 때문에 세상에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에 계상에게 말한다. 이제 내가, 내가 널 꺼내 줄게 둘은 서로를 구원했다.
극과 극이지만 세상의 아웃사이더라는 점이 닮은 두 사람은 소통으로 치유된다.
결국 사람만이 정답이다.
채지영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