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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이승엽 리틀 이병규

Posted February. 07, 200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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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뭐예요? 이승엽인데요. 야구 선수 이승엽이요? 네, 맞는데요. 그쪽이 이승엽이면 전 김희선이에요.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에서 뛰고 있는 이승엽(31)은 삼척동자도 아는 슈퍼스타. 그러나 이승엽의 그늘에 가린 또 한 명의 이승엽이 있다.

두산의 2년차 외야수 이승엽(25). 그는 대학 시절 소개팅 자리에 나가면 스타 이승엽 때문에 번거로움을 겪어야 했다. 결국은 주민등록증까지 보여주고 나서야 상황이 종료됐다. 두 이승엽은 한자까지 똑같다.

작년에 그가 두산에 입단했을 때 동료들은 그를 명품이라고 불렀다. 좋은 이름값에다가 타격 재능까지 있어서 큰 기대를 모았다. 왼손 타자라는 것도 똑같았다.

그러나 잠시 올라온 1군 무대에서 그가 기록한 성적은 11타수 무안타. 동료들은 그때부터 그를 짝퉁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름 빼곤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다는 핀잔도 들었다.

마음 약한 선수였으면 상처를 받을 만도 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씩씩하다. 처음엔 듣기가 좀 불편했는데 하도 들으니까 이젠 괜찮아졌다고 말한다.

작년 말 2군 경기에서 왼쪽 어깨 인대가 파열됐던 이승엽은 요즘 재활에 한창이다. 그래서 전지훈련에도 따라가지 못하고 국내에 남아 맹훈련 중이다. 그는 작년까지만 해도 운동을 게을리 했던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올해는 이름값에 부끄럽지 않게 정말 야구를 한번 잘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LG의 간판이던 이병규(33)도 올해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에 진출했지만 같은 팀에 또 한 명의 이병규(24)가 있다. 공교롭게도 둘 다 왼손 타자다. 작년에 함께 1군에 있을 때는 이병규와 리틀 이병규로 불렸다. 리틀 이병규의 1군 성적은 8타수 1안타.

시즌 막판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됐던 이병규도 역시 한국에 남아 재활 훈련에 한창이다. 그는 너무 운동장에서 뛰고 싶다. 잘해야 한다는 마음밖에 없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승엽과 이병규가 떠난 한국 프로야구의 빈 공간을 동명이인 짝퉁 이승엽과 리틀 이병규가 메워줄 수 있을까.



이헌재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