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진영(43) 과장은 지난달 3년 동안 매달 100만 원씩 적립해 온 주식형 펀드를 환매(중도 인출)했다. 김 과장은 주변에서 주가가 많이 올랐을 때 빨리 펀드를 깨 차익을 챙기라고 권해서 중도에 찾았다고 말했다.
최근 김 과장처럼 펀드를 중도에 찾는 펀드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하루에 많게는 30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인출되는 등 지난달에만 2조3000억 원 가까운 돈이 펀드에서 빠져나갔다.
이처럼 한꺼번에 환매 요청이 쇄도하면서 환매로 인해 주가가 떨어지는 환매 대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내 증시는 많은 악재 속에서도 주식형 펀드 자금 유입으로 버틸 수 있었는데, 지금은 환매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가뜩이나 세계 증시가 차이나 쇼크로 연일 급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이처럼 환매가 가파르게 진행되면 국내 증시에도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루에 3000억 원 이상 빠져나가
국내 주식형 펀드의 환매는 심각한 수준이다. 2월 한 달 동안 환매로 증시에서 빠져나간 돈은 2조2958억 원에 이른다. 지난달 16일에는 3243억 원이 감소했다.
고객들이 환매를 요청하면 펀드를 관리하는 자산운용사들은 환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주식을 내다 팔아야 한다. 이는 곧바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
지난달 자산운용사들이 2조1350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매도액에서 매입액을 뺀 것)한 것도 환매자금 조달 이유가 가장 컸다. 자산운용사들의 순매도 규모는 2004년 1월(2조2454억 원) 이후 3년여 만에 최대치였다.
투자자들이 앞 다퉈 환매에 나선 데는 해외 펀드 영향이 크다.
지난해 중국 펀드 등 해외 펀드들이 대박을 내면서 올해 해외 펀드로 갈아타려는 투자자들이 급증한 때문이다. 올해 해외 주식형 펀드로 유입된 돈은 2월 2조646억 원 등 총 3조4464억 원에 이른다.
적립식 펀드에 투자한 지 3년이 된 가입자들을 중심으로 환매가 많이 이뤄지는 것도 특징이다.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은 최근 잇따른 환매로 펀드 운용에 적잖은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증시 안전판 역할 사라져
주식형 펀드 자금의 이탈로 당장 국내 증시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달에는 외국인들이 자산운용사의 매도 물량을 소화할 정도의 적극적인 사자 주문을 해 환매에 따른 증시 충격이 적었다.
하지만 차이나 쇼크 이후 외국인들마저 매도세로 돌아서 주가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다. 외국인들은 올해 들어 2월 26일까지 1조5812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입했지만, 지난달 27일 차이나 쇼크 이후 4거래일 동안 712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쇼크에 주식형 편드 환매까지 겹치면서 국내 증시는 큰 고비를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상수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