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 교수, 총장, 경제단체 관계자 등이 대학 자율화를 요구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 김기석(교육학) 교수가 좌파 성향의 정부가 대학입시를 너무 통제하고, 퇴물 좌파 교수들이 임시(관선)이사 대학의 총장 이사장직을 줄줄이 차지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대화문화아카데미가 9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한국 대학의 미래와 교육의 거버넌스(지배구조)를 주제로 개최한 교육전문가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역대 정부가 과외를 잡는다고 매달리는 바람에 과외가 내성과 면역성이 더 커져 항생제를 무력화할 만큼 진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사교육은 시장에서 상한가를 달리는 상품이 됐고 공교육의 영역을 침범해 공()과 사()의 구분조차 무너뜨렸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중앙에 권력이 집중되면서 공교육의 거버넌스는 사실상 난파 상태가 됐다며 특히 중앙정부의 교육관료 기구는 갱신 대상인데도 개혁의 주체인 양 변신해 오랫동안 업적 평가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 정권의 좌파 성향 탓에 청와대는 특정 대학의 입시 전형 요소에 대한 세부적인 간섭을 자행하고 교육부가 이에 총대를 멨다며 교육부는 엄격한 학점관리 등 개별 교수가 해야 할 일에까지 간섭하면서도 책임질 일은 하지 않고 안 해도 되는 일을 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지적은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서울대 통합논술 정책을 비판하면서 서울대 폐지론까지 거론한 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삼성재벌이 낸 벌금 아닌 벌금으로 만든 장학재단에 전현직 교육부 직원을 배치했는데 이는 고위 보직 인사적체와 공룡화된 관료조직의 자기보존 재생산 욕구 탓이라고도 말했다.
김 교수는 어려운 과제를 피하고 사학의 비리를 수습하는 것이 관선이사 파견 관행이며 관선이사 선정도 정치권 눈치를 살핀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 때문에 최근에는 한물간 운동권 교수가 느닷없이 재단의 이사장, 이사, 감사, 총장으로 나타나는 등 부귀영화에 굶주려 온 퇴물 좌파 교수의 전성시대가 됐다. 이를 방기한 교육부에 책임이 있다고 임시이사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교육부와 사학의 강한 동맹관계는 매년 발표되는 교육 공로자 서훈을 보면 된다며 올해도 서훈 상위 등급은 대부분 사학 관련자라고 말했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도 이날 정부와 대학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며라는 주제발표에서 전국 52개 국공립대의 전현직 총장 104명의 이력을 조사한 결과 14.4%인 15명이 관료 출신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정부가 재정 입시정책은 물론 학사조직, 학칙변경 등 세세한 부분까지 통제하려다 보니 대학은 관료 출신이 가진 정부와의 끈에 기대게 된다며 교육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부처 출신 관료들을 총장으로 영입하는 것은 예산문제를 매끄럽게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수정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