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시절 그의 이름 앞에는 비운의 투수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녔다.
전 롯데 투수 박동희(39사진) 씨. 그는 마지막 가는 길까지 비운을 떨쳐내지 못한 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박 씨는 22일 오전 3시 15분경 부산 수영구 광안동 탑마트 앞 왕복 4차로 도로에서 자신의 다이너스티 승용차를 몰고 남천동 방면으로 가다 도로 옆 버스정류소 기둥을 들이받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경찰은 박 씨가 졸음운전으로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2002년 삼성에서 선수 생활을 그만둔 박 씨는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서 일본식 주점을 운영해 왔다.
부산고를 졸업한 그는 아마 시절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뿌리며 국보 투수 선동렬(삼성 감독)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기대를 모았다. 1985년 봉황기 고교대회에서는 전무후무한 평균자책 0을 기록하며 팀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고려대에 진학한 뒤에는 국가대표 에이스로 활약했다. 메이저리그 토론토로부터 입단 제의를 받았으나 당시로선 최고 계약금인 1억5200만 원을 받고 1990년 고향 팀 롯데의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프로 입단 후 그의 인생은 순탄치 못했다. 4월 11일 삼성과의 데뷔전에서 10개의 탈삼진을 뽑아내고, 1992년 한국시리즈에서 2승 1세이브로 최우수선수에 뽑혔지만 영광도 잠시. 무리한 투구 탓에 팔꿈치 부상 후유증을 겪으며 하향곡선을 그렸고, 1997년 삼성으로 트레이드됐다. 결국 재기에 실패하고 2002년 유니폼을 벗었다. 통산 성적은 59승 50패 58세이브에 평균자책 3.68.
유족으로는 부인 배정남(38) 씨와 두 딸이 있다. 빈소는 부산 수영구 광안동 좋은강안병원 1호실이며 발인은 24일 오전 9시. 051-610-9671
이헌재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