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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다라니경

Posted March. 26, 2007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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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목판 인쇄물인 국보 126호 무구정광대다라니경(8세기 전반 제작)과 형태가 같은 또 하나의 두루마리 유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1966년 경주 불국사 석가탑에서 다라니경과 함께 출토된 유물이지만 그동안 존재가 드러나지 않아 학계에서 연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종이류 문화재 보존처리 전문가인 박지선 용인대 문화재보존학과 교수는 1989년 국립중앙박물관의 석가탑 출토 유물 보존처리에 참여했을 때 비단에 싸인 채 실로 겹겹이 묶여 있는 두루마리를 확인했다면서 모양과 크기가 국보 126호와 똑같았다고 25일 밝혔다.

최근 발표된 석가탑 중수기(수리 내용을 적은 글1024년)의 판독 결과, 탑을 세울 때 두 점의 다라니경을 안치한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이 두루마리가 8세기 유물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박 교수는 국보 126호보다 온전한 형태로 남아 있었다며 또 하나의 다라니경일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중수기를 해독한 안승준 한국학중앙연구원 전문위원은 기록상으로 다라니경 목판인쇄본이나 죽간본이 하나 더 있는 것이 확실하며 정황으로 보아 1966년 다라니경과 함께 출토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유물에 대한 연구가 진행돼 8세기의 목판 인쇄물로 밝혀질 경우 우리나라는 또 하나의 세계 최고 목판 인쇄본을 갖게 된다. 1966년 발견 이후 이 두루마리가 41년 동안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 안에서 숨겨진 유물로 남은 것은 출토 당시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 데다 보존처리가 시작된 1989년까지도 유물 출토 정황에 대한 정보가 극히 부족했기 때문. 석가탑 유물 보존처리 보고서에도 사진 한 장만 실려 있을 뿐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