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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펑펑 쓰는 세금 KAIST에 조금만 떼 주지..

[사설] 펑펑 쓰는 세금 KAIST에 조금만 떼 주지..

Posted March. 28, 2007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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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남표 총장이 그제 세계최고의 이공계 대학을 만들 수 있도록 1000억원을 빌려 학교에 투자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대학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려면 일정 규모의 교수와 연구시설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서 서 총장은 은행 대출을 받아 교수를 늘리고 세계적인 소프트웨어기업인 오라클의 연구센터를 설립할 계획인데, 정부 측 이사진이 반대한다.

KAIST는 국가발전에 필수인 고급과학기술인력을 양성하고 연구중심대학의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설립된 정부출연기관이다. 그런데 정부출연기관이라는 바로 그 이유로 은행에서 돈을 꾸려면 이사회와 과학기술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부 측 이사 4명은 전례()가 없다며 제동을 걸었다. 나라를 위해 절실한 어떤 일도 전례가 없으면 가로막아야 하는가. 기막힌 관료보신주의다. 정부가 국립대의 법인화를 독려할 때는 수익사업과 차입경영의 혜택을 강조하면서 이미 법인화된 KAIST에 대해서는 차입경영을 허용하지 않는 것도 모순이다.

서 총장이 지난달 본보 대담에서 밝혔듯이 10년, 20년 뒤 우리국민이 먹고 살려면 새로운 과학기술과 인재에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이처럼 급한 국가과제가 아닌 일에 통 크게 세금을 쓴다. 하는 일도 별로 없는 여러 식물위원회의 올해 예산이 2352억원이다. 현 정부가 국토를 균형 발전시킨다며 지급한 토지보상금은 무려 60조원이다. 과거사의 진상을 밝힌다면 지난해 쓴 세금만도 1782억원이었다. 피해자 보상금을 포함한 올해 과거사 관련예산은 3517억원이다.

코드사업과 전시성 사업, 과거사 파헤치기에는 수천억원의 혈세를 아낌없이 쓰면서 미래를 위한 과학기술과 인재양성 투자를 외면하는 정부가 미래, 개혁, 혁신을 강조하니 공허하게 들리는 것이다. 과학기술부는 지난주 공학교육의 혁신을 위해 전국 50개 대학에 공학교육혁신센터를 짓겠다며 혁신 청사진을 발표했다. 공과대학 균형발전도 좋지만 세계적 과학기술인재 한 명이 수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세상이다. 과학기술분야까지 평등코드에 좌우돼서는 한국을 먹여 살릴 기술도, 인재도 기대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