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인근 세팡서킷에서 열린 세계 최고의 카레이싱 대회인 포뮬러원(F1)을 관전하기 위해 20만 명의 구름 관중이 모인 8일 같은 시간. 국내의 카레이싱 마니아들은 경기 용인 에버랜드에 위치한 자동차경주장 스피드웨이로 몰려들었다. 경주차의 속도가 F1(최고시속 400km)에 비할 수준(최고등급 GT)은 아니지만 굉음과 함께 200km에 가까운 속도로 달리는 경주차들을 보고 2만여 관중이 열광했다.
국내 카레이싱 인기는 최근 매년 증기하고 있다. 자동차 경주 라이선스를 취득한 선수가 1000명에 육박했으며 올해는 1년(52주) 중 절반이 넘는 28주 동안 자동차 경주가 개최된다. 1개의 프로시리즈와 3개의 아마추어시리즈 등 총 4개 시리즈가 진행된다.
5년 전 전체 대회를 통틀어 연간 1만 명에 불과하던 관중은 지난해엔 1개 프로대회에만 7만 명으로 늘어났고 올해는 14만여 명, 아마추어대회까지 합해 18만여 명 이상이 직접 경주장을 찾을 것으로 카레이싱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 카레이싱이 열린 것은 1987년으로 올해로 국내 카레이싱이 20돌.
올해에는 각종 규정들이 대폭 개정돼 더욱 박진감 넘치는 레이스를 유도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프로 자동차경주대회인 CJ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시리즈가 8일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굉음과 함께 올 시즌을 시작했다.
지난해와 가장 달라진 점은 경주차의 규정을 국제화해 외국 선수들도 국내 경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 비록 1차전에 참가한 외국 선수는 없었지만 대회 주최사인 KGTCR는 올 시즌에 외국 선수의 참가를 장담하고 있다. 경주차의 규정이 국제화되면서 차량 개조의 범위가 축소돼 몇몇 재력 있는 프로팀들이 경쟁팀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차량을 개조하던 행위가 이젠 허용되지 않는다. 이는 경주차보다는 레이서의 능력에 따라 성적이 좌우된다는 뜻으로 그만큼 박진감 있는 경기를 펼치게 된다.
또 지난해 한 경기에서 경주차 1대를 2명의 레이서가 번갈아 타던 2드라이버제에서 한 명의 레이서가 처음부터 끝까지 경기를 치르는 1드라이버제로 바뀌었다.
한 번에 70바퀴를 돌던 결승전은 20바퀴와 30바퀴로 나눠 하루에 2번 치른다. 경주시간이 짧아져 지루함이 덜해졌고 하루에 2번의 감동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벌어진 1전부터 효과는 만점이었다. 2번의 결승전이 벌어지다 보니 1전에서 부진했던 선수들이 2전에서 분발해 박진감 넘치는 경기들이 펼쳐졌다.
전 창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