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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스탈린주의 테마파크

Posted April. 17, 2007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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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고 거대한 스탈린식 공원과 노동수용소가 공존하는 공포와 코미디를 오가는 스탈린주의 테마파크. 영국인이 중국에서 운영하는 북한 전문 여행사를 통해 2002년 5월 북한을 2주일 동안 여행한 세계적 여행 전문 출판사 론리 플래닛 토니 휠러 회장의 북한 묘사다. 세계 배낭 여행자들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의 신간 나쁜 나라들-악의 축은 북한과 함께 이라크 이란 등 보통 사람들이 여행하기 쉽지 않은 9개 나라 방문기를 담고 있다.

평양, 개성, 신의주, 백두산 등을 둘러본 휠러 회장에게 북한은 하나의 영화 세트장 같았다. 그는 겉으로는 진짜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전혀 진짜가 아닌 초현실적인 곳이었다고 핵심을 찔렀다. 북한에서 외부 여행자는 통역이나 안내원으로 위장한 보안요원의 감시 아래 북한이 보여 주고 싶은 곳만 갈 수 있다. 휠러 회장도 그렇게 단체여행을 했다. 하지만 1년의 절반을 여행으로 보내고 100여 개 나라를 경험한 프로의 안목은 달랐다.

지난달 5일 미국 다큐멘터리 방송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방영한 인사이드-노스 코리아는 지도자 우상화 실태와 인권 상황을 충격적으로 보여 줬다. 취재팀은 주민들에게 개안 수술을 해 주기 위해 방북한 네팔 의료진 틈에 끼어 잠입 취재를 했다. 이 프로그램은 백내장 수술을 받은 북한 노인들이 김정일 장군님 사진을 못 보는 게 가장 큰 고통이었다면서 눈물 흘리는 장면을 통해 북한의 우상화 실상을 폭로했다.

북한은 김일성 동상과 석고 흉상만도 3만5000여 개가 있는가 하면 정치범수용소와 강제노동수용소가 곳곳에 숨겨져 있는 나라다. 1989년 이후 북한에 갔다 온 남한 사람은 금강산 관광객 141만 명을 포함해 모두 169만 명에 이른다. 이들 중에는 깜찍하게 춤추고 노래하는 어린이 연기자들의 눈동자 속에 가득한 고통과 분노를 읽은 사람도 있다. 휠러 회장이 꿰뚫어 본 것도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위선이다. 그가 남한에 온다면 세습 수령 부자를 우러르는 친북좌파의 위선도 간파할까.

권 순 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