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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오만 사이.. 그들만의 DNA

Posted April. 21, 2007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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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은 자유롭다.

서울 중구 을지로2가 SK텔레콤 사옥 T-타워의 아침에도 자유가 물씬 묻어난다. 정장 차림이나 넥타이를 맨 직원을 찾아볼 수 없다. 청바지 차림도 많아 일하러 오는지, 놀러 오는지 헷갈린다. 사장이나 임원들도 외부 공식 행사가 없으면 캐주얼하게 옷을 입는다. 양복 입은 외부 방문객들이 오히려 머쓱할 정도다.

매주 3차례 출근길을 흥겹게 하는 다양한 문화공연도 열린다. 코믹댄스와 캐릭터쇼 등이 하루를 열어 준다. 아침 일찍 출근해 근무하거나 어학 공부를 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식사가 무료로 제공된다. 이른바 일찍 일어난 새(Early Bird) 제도다.

하지만 SK텔레콤의 자유로움은 기업 이익에서는 결코 자유롭지 않다. SK가 추구하는 슈퍼 엑설런트(Super ExcellentSUPEX)에 도달하기 위해 관리되는 자유란 의미다.

그렇게 자유로운 SK텔레콤도 예전에는 전형적인 상명하복의 대기업이었다.

장기간 출장 때는 물론이고 당일 및 몇 시간의 시내 출장일 때도 출입에 대한 보고를 하는 것이 직장인의 행동 수칙입니다. 퇴근 시간이 되면 슬금슬금 꽁무니를 빼는 사람이 있습니다. 퇴근 보고는 필수입니다.(1997년 6월 사보)

같은 해 9월 회사 내부의 의사소통 형태에 대한 사내() 설문조사에서 직원의 63.8%가 수직적이라고 대답했다. 수평적은 14.9%, 상호보완적은 12.8%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의 비슷한 조사에서는 우리 팀은 의사결정이 빠르다 우리 팀에서는 각 팀원에게 충분한 재량권을 부여한다는 항목이 84점(100점 만점)이란 높은 점수를 받았다.

10년 세월이 SK텔레콤의 조직문화 강산을 어떻게 바꿔 놓은 것일까.

한 임원은 1997년 개인휴대통신(PCS) 3사가 영업을 시작하면서 이동통신시장의 경쟁이 심화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업무량이 급증해 경력직과 신입사원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오면서 내부 융화가 중요해졌고 그를 위해 유연한 조직문화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현재의 SK텔레콤 직원 4400명 중 무려 46%가 경력입사자다. 신규 직원 채용에서도 매년 경력직(53%)을 공채(47%)보다 많이 뽑는다. 한 팀장급 직원은 나는 다른 분야에서 온 이른바 낙하산 인사다. 어느 정도의 텃세를 예상했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어 놀랐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2002년 이동통신업계 3위였던 신세기통신과 합병하면서 더 유연해졌다. 당시 통합 실무를 책임졌던 김신배 현 사장은 그때 1년간 신세기 직원과 마신 소주가 그 이전 수십 년간 먹은 양보다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0월 팀장을 제외한 모든 구성원들의 직급을 없애고 명칭을 매니저로 통일했다. 수평적 기업 문화를 아예 공식화한 것이다. 매니저는 직위와 연공서열에 관계없이 자신의 업무에 대해 전문지식과 책임을 지닌 담당자를 의미한다.

팀장이 팀 회식을 당일에 일방 통보하는 일은 꿈도 못 꾼다. 몇몇 팀장은 심지어 가끔 직원들이 너무 자기 할 말을 다 해서 곤란할 때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의 복지 혜택은 아시아 최고 직장답다.

지난해 말 결혼한 채영훈(37) 매니저는 휴가로 3개월간이나 사무실을 비웠다. 10년 근속휴가를 이용해 유럽으로 3개월짜리 신혼여행을 다녀온 것이다. 사옥 지하 1층에는 헬스기구와 요가수련실은 물론 농구코트까지 갖춘 대형 체육시설 엑티움이 있다.

그러나 SK텔레콤의 자유는 철저히 기업의 이윤을 위한 자유란 측면이 강하다. 주어진 자유를 이용해 창의성을 발휘하되 그만큼의 가치(Value)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SK그룹의 경영 바이블인 SKMS(SK 매니지먼트 시스템)는 구성원의 두뇌 활용까지 관리하라고 지침을 내리고 있다. 팀장급 이상의 리더 교육에서도 팀원들 개개인의 심신상태, 컨디션까지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시한다.

즉 회사 발전을 위해서는 직원들의 자유, 기분, 느낌까지도 관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평가 제도가 상당히 세밀하고 엄격한 것도 이런 경영 방향과 직결된다. 평가는 보통 개인과 팀, 실본부, 부문평가 등 4단계를 거친다. 개인 평가도 팀 내외 동료에 대한 평가와 팀장에 대한 평가 등 다면적으로 이뤄진다. 한 직원은 인사평가를 하려면 거의 하루가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자유로운 조직 문화가 기업의 성과에 직결될 때는 빡빡하게 느껴지게 된다는 불만도 나온다.

무선인터넷용 콘텐츠를 공급하는 협력사들 사이에서는 SK텔레콤에 간다는 말 대신 청와대 들어간다는 말을 쓰는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의 한 직원은 회사의 분위기가 그런 것이 아니라, 업무에서 성과를 내려다 보면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고객들의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10일에는 서비스에 불만을 품은 고객이 벤츠 승용차를 몰고 을지로 사옥에 돌진한 일도 있었다. 김 사장은 16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미래 성장에 치중하고 1등의 오만한 자세를 가지다 보니 정작 고객에겐 소홀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자책했다.

한 직원도 회사 내부에서는 외부의 부정적인 시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기업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노력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진정으로 고객에게 다가가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좀 더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권모 mike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