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협상이 타결된 지 한 달. 본보는 FTA 담당 상임위원회인 미 상원의 재무위원회 소속 의원 21명, 하원 무역소위원회 소속 의원 15명을 대상으로 한미 FTA에 대한 의견을 묻는 전화 설문조사를 지난 2주간에 걸쳐 실시했다.
그 결과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다수의 의원은 아직 찬반 의견을 정하지 않은 상태이며 미국산 쇠고기 시장 개방 문제가 찬성이든 반대든 태도를 정하는 데 최대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상원 재무위 소속 의원 가운데 4명은 쇠고기 수입 문제를 이유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1명은 쌀 수입 문제가 배제됐다는 이유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나머지 의원은 아직 찬반 의견을 표명하기는 시기상조 또는 방침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유보적인 답변을 했다. 찬성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힌 의원은 아직 없었다. 하지만 쇠고기 문제를 이유로 반대한 4명의 의원은 만약 이 문제가 해결되면 찬성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점에서 조건부 반대로 분류할 수 있다.
하원 무역소위 소속 의원 가운데도 미정이 대부분이었다. 명확히 찬반을 표명한 의원은 각각 1명에 불과했다.
언론에의 공식적인 견해 표명이 아닌 성향 분석 결과는 좀 더 어둡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최근 비밀리에 민주 공화 양당 의원들의 성향 분석을 한 결과에 따르면 부정적 의견이 절반을 훨씬 넘었다.
공화당 지도부가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견 조사에서는 상당수 의원이 한미 FTA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하거나 무관심했으며 관심을 표명한 의원들은 쇠고기 문제를 걸림돌로 지적했다.
제프리 색스 미 국제경제연구소(IIE) 연구원은 최근 행정부 안팎의 인사들과 여러 차례 토론을 해 본 결과 행정부는 쇠고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아예 의회에 비준안을 제출할 필요조차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달 중 나올 국제수역기구(OEI)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광우병 위험 통제국가 판정에 따라 한미 간에 쇠고기 문제가 원만히 타결되면 험난한 토론 과정을 거쳐 의회 비준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본보가 최근 인터뷰한 미국 내 FTA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