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어제 강재섭 대표의 경선룰 중재안을 거부하면서 이런 식으로 하면 경선도 없다고 말했다. 파문이 일자 박 씨 측은 즉각 경선 불참과 탈당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한나라당 분당이 현실로 나타날 소지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당과 지지자들에게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한나라당은 1990년 3당 합당으로 태어난 민자당부터 치더라도 17년 역사와 두 차례의 집권을 통해 나름대로의 정통성을 갖고 있다. 경선만 하더라도 92년 첫 도입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지금도 원내 127석의 명색이 제1당이다. 그런 당이 경선 룰 하나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 씨는 이제라도 유권자인 국민부터 생각해야 한다. 8월의 경선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그동안 판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그래서 정치를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한다. 경선 룰에만 집착하면 경선도 잃고 국민의 마음도 잃을 수 있다.
국민은 두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의 처신도 후보의 리더십과 자질의 일부로서 당연히 유권자의 시험대 위에 오른다. 한나라당과 그 전신인 민자당, 신한국당은 지금껏 세 차례의 경선을 치렀으나 매번 모양이 좋지 않았다. 세()가 불리하면 도중에 탈당했고, 경선까지 갔어도 패하면 탈당해 독자 출마했다. 이로 인해 정권을 잃기도 했다. 국민은 이번에야말로 민주적이고 성숙한 경선축제를 보고 싶어 하건만, 두 사람은 그런 기대를 저버리려 하고 있다.
한나라당 후보로 선출되는 게 곧 대선 승리를 담보하는 보증수표는 아니다. 아직은 범여권에 대항마가 없어 보이지만 언젠가는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둘만의 승부에 빠져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지금 두 사람의 지지율을 합치면 6070%에 이른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을 보여주는 수치다. 그 열망을 헛되지 않게 하느냐의 여부는 전적으로 두 사람에게 달렸다. 유권자의 저울은 냉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