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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곳간 바닥 보일라

Posted June. 07, 2007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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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익 찾아 은행에 등 돌리는 고객들

국내 은행들이 본격적으로 몸집을 키우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였다.

외환위기 직후 상당수 부실 금융회사가 구조조정으로 문을 닫고, 일부 은행은 정부의 공적자금으로 회생하면서 고객들의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살아남은 몇 개의 대형 은행은 2000년 정보기술(IT) 바람이 세차게 불 때는 기업대출을 통해, 2002년 신용카드 발급 경쟁이 치열할 때는 카드 고객 유치로, 2005년과 2006년엔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자산 규모를 늘려 왔다.

하지만 저금리 추세가 이어지고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은행을 대하는 고객의 태도는 예전과 달라졌다. 안전한 은행예금 대신 증권사 펀드 등 고수익 고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 4개 주요 은행의 요구불예금 규모는 올해 3월 말 109조2355억 원에서 5월 말에는 105조5105억 원으로 두 달 만에 3조7250억 원이 빠져나갔다. 또 5월 말 현재 만기가 2년 이상인 은행의 장기 금융상품 잔액은 작년 말에 비해 1조9000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6개월 미만의 단기 금융상품 잔액이 작년 말에 비해 52조6000억 원 증가한 것과 비교할 때 턱없이 저조한 실적이다.

주택담보대출이 막히면서 올해 경쟁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에 뛰어들었지만 국내 은행들의 기업평가 수준이 낮은 점을 감안할 때 대출상환 리스크 부담도 함께 커진 셈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라

금융감독 당국은 금융환경이 크게 바뀐 데 비해 은행들의 새로운 수익기반이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올해 1분기(13월)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조6964억 원 증가했지만, 이는 LG카드 주식 매각 이익 등 일시적 요인에 따른 것이었고 영업이익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특히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 마진(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뺀 금액을 자산총액으로 나눈 것)이 지난해 1분기 2.80%에서 올해 1분기 2.46%로 추락했다.

대한투자증권은 지난달 투자은행업의 시대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은행의 자산 급성장이 가능한 시대는 갔다고 주장했다.

국내 은행 이익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이자부문 이익은 기업들의 금리 인하 요구로 갈수록 줄어드는 데 비해 파생상품 등 비()이자부문 수익원 개발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국내 은행업의 성장 전략으로 대형화 겸업화 투자은행(IB) 업무를 통한 해외시장 개척 등을 제안했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이건범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전통적인 은행 영역을 지키면서도 자산유동화증권(ABS)과 펀드 등 사업 다각화를 서둘러 진행해야 은행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