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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명이 96조원 운용 당신의 펀드 안녕하십니까

373명이 96조원 운용 당신의 펀드 안녕하십니까

Posted June. 13, 200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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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저금리 기조로 시중에 돈이 넘쳐나면서 주식형 펀드 시장 규모가 급속히 커지고 있다.

하지만 펀드매니저 1인당 운용하는 펀드의 숫자가 많은데다, 운용 규모도 선진국보다는 적지만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어 급변하는 증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펀드매니저 운용부담 늘어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주식형펀드 수탁액은 올해 5월말 현재 순수 주식형 55조3150억 원, 혼합형 41조5080억 원으로 총 96조8230억 원에 이른다. 2003년 말 46조9750억 원에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펀드 개수도 5월말 현재 주식형 890개, 혼합형 3063개에 이른다.

하지만 실제 주식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는 2003년 말 276명에서 올해 5월말 현재 373명으로 약 35% 증가하는데 그쳤다.

미국자산운용협회가 발간한 2006년 세계펀드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대상 42개국 중 펀드 자산규모로는 14위였지만, 펀드 수는 미국과 프랑스에 이어 3위였다.

이에 따라 펀드매니저 1명이 운용하는 펀드가 평균 10.6개(혼합형 포함)에 이르러 운용에 부담을 느끼는 펀드매니저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본보 취재팀이 국내 10대 자산운용사 소속 주식운용 펀드매니저 75명을 대상으로 적정 운용 펀드 수를 조사한 결과, 5개 이하라는 응답이 92%(69명)를 차지했다.

하지만 실제 운용 펀드 수는 510개가 53%(40명)으로 가장 많았고, 10개 이상도 16%(12명)에 달했다.

신영투신운용 허남권 상무는 운용 펀드 수가 많아지면 매니저는 운용에 주력하기보다 관리에 급급하게 된다고 했다.

펀드 최선진국인 미국의 경우 운용규모는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지만 1인당 운용하는 펀드 수는 훨씬 적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프랭클린템플턴 관계자는 미국 내 주식에 투자하는 프랭클린주식그룹은 펀드매니저 등 투자인력 40명이 약 1004억 달러 규모의 100여개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며 한국에 비해 운용 인력에 여유가 있는 편이라고 밝혔다.

또 세계적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의 경우 자산운용 규모가 약 2807억 달러(약 258조 원)에 이르긴 하지만 투자전문 인력만 900여명이다.

펀드자금 급증에 부실 운용 가능성도

일부 운용사에서는 적은 인력으로 다양한 구색의 펀드를 갖추다 보니, 가치주, 배당주, 성장형, 기술주 등 운용방식이 전혀 다른 펀드를 1명의 펀드매니저가 담당하거나 팀 운용 방식으로 공동 관리하는 등 펀드운용에 적잖은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 국내 50개 자산운용사의 경우 주식 펀드매니저가 10명 이상인 회사는 10곳에 불과하고, 5명 이하가 18곳에 이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가치주, 기술주 등은 서로 다른 투자 철학을 갖고 있어 공동 운용하기 어렵다며 팀 운용은 매니저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아무도 운용 결과를 책임지지 않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

펀드매니저 B(44) 씨는 기관 설명회에 불려 다니느라 기업탐방이나 운용에는 소홀해진다고 털어놨다.

3개월 6개월 등 단기 수익률로 펀드매니저를 평가하는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펀드평가회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20052006년 국내 45개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 근무기간은 평균 2년6개월에 불과했다. 이 기간 이직률도 51.9%였다.

SH자산운용 김해동 주식운용본부장은 펀드매니저의 성과를 단기로 평가하다보니 수명이 짧아질 수밖에 없다며 경험이 적은 펀드매니저는 하락장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대처능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나연 손효림 larosa@donga.com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