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인기 절정의 그룹 젝스키스 주연의 영화 세븐틴이 나왔을 때 평단이나 관객의 반응은 혹독했다. 백댄서를 꿈꾸는 고등학교 우등생들이 주위의 반대에 부닥친다는 이 영화는 어설픈 연기와 이어지지 않는 스토리로 유료 관객의 집계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2002년 긴급조치 19호도 마찬가지. 핑클, 베이비복스, 신화, 클릭비 등 아이돌 그룹을 총출동시킨 이 영화도 흥행에 실패했다.
이런 전례에 비춰 26일 개봉하는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은 흥행에 대한 궁금증을 낳고 있다. 이 영화는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SM픽쳐스가 인기 그룹인 슈퍼주니어 멤버 12명을 투입한 작품으로, 내용과 관계없이 흥행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먼저 나왔다.
그러나 16일 시사회에서 꽃미남은 인기 가수들의 얼굴만 내세운 영화가 아니라는 점을 과시했다. 먼저 얼굴이 아니라 대본이 중심이 되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스타들의 얼굴만 들이밀던 기존 아이돌 영화와는 달리 꽃미남 테러범을 둘러싼 추리가 극의 긴장을 후반부까지 이어 준다.
어설픈 사회 비판이나 감동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도 이전 아이돌 영화와 다른 점이다. 우리를 이해 못하는 어른들이나 부녀간의 갈등 등 청소년 영화의 상투적인 문제는 나오지 않는다. 그 대신 꽃미남과 인터넷을 둘러싸고 허상에 열광하는 10대의 문화를 꼬집으면서 문화적 주장을 높였다. 주인공 셋과 조연 9명이 등장하는데도 각각 캐릭터가 고루 잘 살았다는 점이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유성운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