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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나라당, 여권과도 그렇게 모질게 싸울 수 있나

[사설] 한나라당, 여권과도 그렇게 모질게 싸울 수 있나

Posted July. 24, 200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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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경선관리위원회는 어제 경선후보 합동연설회 일정을 모두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그제 제주 합동연설회가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 측의 지나친 경쟁으로 난장판이 된데 대응한 극약처방이다. 경선위는 과열과 소란을 방지하기 위해 양 캠프에는 서약서를, 당 지도부에는 구체적인 계획서를 내놓도록 했다. 이를 받아본 뒤 연설회 속개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경선에 대한 기대가 물거품이 되어가는 조짐이다.

제주 연설회는 한마디로 엉망이었다. 경선 레이스가 시작된 후 첫 합동연설회였던 만큼 많은 국민은 축제 같은 분위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이, 박 두 후보 지지자들이 연단 정중앙 맞은편의 명당 자리를 서로 차지하려고 욕설과 발길질을 주고받으며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는 바람에 합동추태 경연대회가 되고 말았다. 플래카드와 피켓 등 과열을 부추길 수 있는 선거용 기자재는 반입이 금지됐지만 양측은 보란 듯이 가지고 들어와 마구 흔들어댔다.

이런 식의 연설회라면 차라리 안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동안 양측이 벌여온 신경전과 세() 대결 행태에 비추어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는 하지만 도()를 한참 넘어섰다. 양측 지지자들의 핏발 선 눈에는 적의()까지 번득였다. 이들이 과연 같은 이념과 정책 아래 하나가 되어 정권을 탈환하겠다는 사람들인지 의심스러웠다. 이들 눈에는 국민이 없는 듯 했다.

이, 박 양측은 경선 승리가 곧 본선 승리라는 착각에 빠져 정권교체라는 당의 대의()를 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경선 후에는 서로 얼굴도 안 볼 사람들처럼 막무가내로 싸우지는 않을 것이다. 본선에서 범여권과 맞서서도 이처럼 모질게 싸울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래서야 경선에서 진 쪽이 이긴 쪽을 흔쾌히 도와주기나 하겠는가.

경선이나 본선이나 절도() 있는 경쟁이라야 박수를 받을 수 있다. 규칙을 지키고 상대를 배려하는 자제와 절제는 민주주의와 성숙한 정치문화의 선결 조건이다. 지는 게 이기는 것이란 옛말의 의미를 두 후보와 캠프 사람들이 지금이라도 새겨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