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이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해외 진출과 성장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최근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반면 중국과 인도는 해외 M&A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성장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중국 TLC사()는 2003년 프랑스의 가전업체인 톰슨사와 합작사를 설립해 TV를 생산하고 있다. TLC의 지분은 67%로 실질적인 경영권을 가지고 있다. 중국해양석유공사는 2004년 인도네시아의 렙솔사를 5억8000만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세계 순위 50위권이었던 인도의 철강업체 타타스틸은 올해 영국의 코러스그룹을 인수해 단번에 세계 5위의 철강업체로 도약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해외 M&A 전략이 없다는 평가를 받던 일본마저 바뀌고 있다. 2004년과 2005년 일본의 M&A형 투자 비중은 전체 해외직접투자에서 64.1%로 높아진 반면 해외에 생산 기지를 짓는 등의 그린필드(Green Field)형 투자는 8.5%로 줄었다.
이희범 무역협회 회장은 26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최고경영자대학 강연을 통해 한국 기업의 해외 M&A 규모는 일본의 5.5%, 중국의 8.5%에 그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해외 시장 확보를 위한 해외 M&A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외 M&A 낙제생, 한국
전 세계의 해외 M&A 금액은 2003년 이후 급증해 올해 상반기(16월)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증가한 1조6650달러에 이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해외직접투자액에서 차지하는 한국 기업의 해외 M&A 비율은 20012005년 평균이 9.9%로 2004년 세계 평균인 27.0%에 크게 못 미친다.
이 기간 한국 기업의 해외 M&A 투자 금액 평균은 3억5900만 달러에 그쳤다.
해외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나라는 중국. 해외 M&A는 선진국이나 쓰는 전략이라는 발상을 과감하게 깬 중국의 2005년 해외 M&A 투자 금액은 65억 달러에 이른다.
중국은 세계 1위의 외환보유액(1조3000억 달러)을 바탕으로 2000년대 초부터 공식적으로 쩌우추취(외국기업 M&A) 정책을 천명하며 자국 기업들의 해외 기업 M&A를 장려하고 있다. 선진 기술을 이전받고 해외 자원을 확보하는 지름길이 M&A라고 보고 있다는 뜻이다.
한번 실패 후 움츠러든 한국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최근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을 인수했어야 했다고 언급했다. 메모리 분야에서는 1등이지만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고전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약점을 진작 M&A를 통해서 보완해야 했다는 지적이다.
한국 기업도 외환위기 이전에 해외 M&A를 시도한 경험이 있다.
삼성전자는 1994년 미국 PC 제조업체인 AST리서치를, LG전자는 1995년 미국의 TV 제조업체 제니스를,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는 1994년 미국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제조업체 맥스터를 각각 인수했다.
그러나 이 M&A들은 모두 실패한 M&A로 평가받는다.
제니스는 미국 디지털방송 표준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지금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견되지만 LG전자는 1999년 제니스의 파산신청이나 다름없는 회생 계획을 미국 법원에 내야 했다.
그 이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국내 기업들은 내실 위주의 경영을 해왔으며 해외 M&A를 통한 성장을 꺼려 왔다. 해외 경영활동에 대한 경험 부족으로 인해 자신감이 없고 법무법인, 회계법인, 투자은행, 컨설팅 회사 등과의 협업()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최근 2년여 동안 이뤄진 M&A는 대부분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온 매물들로 국내 M&A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