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신경숙(44) 씨와 일본 작가 쓰시마 유코(60) 씨의 편지 에세이 산이 있는 집 우물이 있는 집(현대문학)이 나왔다. 2006년 3월부터 1년간 한국의 문예지 현대문학과 일본의 스바루에 동시에 연재한 것이다. 두 사람은 10년 전 일본에서 열린 한일작가심포지엄에서 만나 교유해 왔다.
당신 어머니가 시골 밭에서 일하시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작고 수수하고 인내를 요구하는 하루하루의 삶만이 마지막에 남겨진 결실이 된다고 외딴 방의 신경숙 씨 어머니 모습이 내게 가르쳐 줍니다.(쓰시마 유코)
서로 무슨 얘기를 쓰자고 미리 약속한 것도 아닌데 지난번 편지에서 우리는 결국 서로 같은 얘기를 쓰고 있었지요. 막연히 쓰시마 님과 함께 글쓰기를 하면 행복할 것 같다, 라는 추측이 바로 이런 것이었을까요.(신경숙)
일상의 작은 것에 대한 의미 부여로 시작하는 이들의 편지는 자신의 내면을 털어놓는 데로 나아간다.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19091948)의 딸인 쓰시마 씨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 아버지에 대한 기억, 다운증후군 오빠의 죽음, 아들을 사고로 잃은 이야기 등 상처 많은 가족사를 담담하게 전한다. 신 씨도, 글을 몰라 딸의 소설을 못 읽는 어머니, 여자라는 이유로 늘 오빠들 뒷전이었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차분하게 쓴다.
개인사뿐 아니라 청소년 범죄 문제, 신사참배와 남북 분단 문제 등 사회 이슈에 대해서도 의견을 주고받는다. 양국 작가의 따뜻하고 정갈한 문장에 담긴 깊은 사유를 느낄 수 있는 편지 모음이다.
김지영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