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시위문화 국제세미나가 열렸다. 일본 기동대 총경은 각목과 화염병, 뗏목까지 동원된 시위 장면을 비디오로 보여 줬다. 이념집회가 끊이지 않던 1970년대 이전 일본의 모습이다. 폴리스 라인(경찰의 시위자 진입 저지선)을 지키는 최근 시위 현장에선 경찰이 교통정리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일본에서는 폴리스 라인을 지키는 시위 문화가 정착돼 2003년부터 지금까지 폭력시위가 한 건도 없었다.
폴리스 라인은 시위대의 마지노선이다. 나의 자유는 남의 자유가 시작되는 곳에서 멈춘다는 점을 상징하는 공익의 방어선이다. 미국 경찰은 폴리스 라인을 넘는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해 폴리스 라인을 넘어 경찰에 저항하면 곤봉, 최루탄 세례, 심할 경우 총기를 발사한다. 프랑스에서는 시위대의 화염병 같은 흉기 소지 자체가 불법이고, 폴리스 라인을 어기면 역시 체포하고 발포도 한다. 요즘엔 금전적 배상 책임까지 물리는 추세다.
2005년 말 미국 뉴욕 대중교통 노조가 3일간 불법 파업을 하자 법원은 노조에 300만 달러(약 28억 원)를 부과했다. 독일은 손해배상을 두려워한 일부 노조가 복면을 쓰고 시위를 벌이려 하자 복면을 하면 징역 1년에 처하는 법을 만들었다. 선진국들은 범죄 및 교통사고 현장 보존, 범죄자 도주로 차단, 재난 지역이나 폭파 건물 및 폭파 위협 지역의 군중 보호와 질서 유지를 위해 폴리스 라인을 폭넓게 확대하고 있다.
국내 시위 현장에선 최루탄이 사라진 대신에 경찰 부상자가 2004년 621명, 2005년 893명, 2006년 817명에 이르렀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따르면 불법 집회 시위로 인한 사회의 손실 규모가 2005년에만도 12조300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의 1.53%나 된다. 올해 광복절에도 이른바 진보, 보수 단체들이 세() 대결을 할 모양이다. 교통체증과 소음도 짜증나지만 폭력사태로 번지지 않을지 걱정이다. 주장이 아무리 옳아도 폴리스 라인을 무시하면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허 문 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