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무장세력 탈레반에 억류돼 있던 한국인 인질들이 모두 풀려나자 국제사회가 이번 납치 사태의 해결 방식에 대해 비판을 제기하고 나섰다.
한국 정부가 테러 단체와 직접 협상을 벌임으로써 탈레반의 위상을 높여 줘 더 많은 테러와 납치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탈레반과의 협상이 인질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얘기도 일부에서 나온다.
비판의 목소리를 가장 먼저 높이고 있는 나라는 아프간에 2300명의 병력을 파견한 캐나다. 맥심 버니어 캐나다 외교장관은 지난달 30일 발표한 성명에서 한국 정부를 겨냥해 우리는 어떤 이유로도 테러 집단과 협상하지 않는다면서 이런 협상은 더 많은 테러를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탈레반에 아직 자국인 인질이 억류돼 있는 독일에서도 비판이 많았다. 야당인 녹색당의 국방 담당 대변인 빈프리트 나흐트바이 씨는 인질이 석방된 것은 잘된 일이지만 탈레반에 정치적 승리를 안겨 줬다고 꼬집었다. 일간 타게스슈피겔은 한국 정부의 양보가 다른 나라들의 인질 석방 노력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제테러조직 연구소(SITE)의 조시 데번 수석연구원은 한국은 인질 석방이라는 성과를 올렸지만 탈레반의 명성을 높여 주고 아프간 정부의 위상을 손상시켰다는 점에서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고 평가했다.
아민 파르항 아프간 경제장관도 영국 일간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결정이 선례를 남겨 탈레반이 계속 납치를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비판에 동참했다.
미 국무부는 이번 인질 석방 협상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으며 테러 단체에 양보하지 않는다는 방침에 변화가 없음을 강조했다. 톰 케이시 국무부 부대변인은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오랜 정책은 되풀이해 밝혀 왔듯 테러리스트들에게 양보하지 않는다는 것임을 거듭 강조한다고 말했다.
반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31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보내 인질이 무사히 석방된 것을 마음으로부터 환영한다며 사건 해결을 위해 지도력을 발휘한 노 대통령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노력한 관계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또 독일 공영 ZDF방송의 테러 문제 전문가 엘마어 테베센 부국장은 한국 정부가 탈레반과 직접 협상에 나선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며 결과적으로 올바른 선택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독일 정부도 대외적으로는 테러 단체와 협상하지 않는다고 표명하지만 과거 인질 석방 협상에서 납치범에게 돈과 의약품을 건네준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금동근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