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주부 신모(59서울 양천구 목동) 씨는 5년 전부터 무릎 안쪽이 시큰거리고 아프더니 요즘은 잘 걷지도 못한다. 다리가 안쪽으로 많이 휘어져 마치 엉거주춤한 펭귄 걸음 같다. 통증 때문에 외출도 하기 힘들어지자 병원을 찾았다. 신 씨는 관절염이 많이 진행되어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퇴행성관절염 환자 중에는 신 씨처럼 다리가 안쪽으로 휘는 일명 O자형 다리를 가진 사람이 많다. 그러나 상당수는 O자형 다리 관절염의 심각성을 잘 알지 못하고 있다. 특히 관절염 치료=인공관절 수술이라는 오해 때문에 관리를 차일피일 미루기도 한다. O자형 다리의 특징 및 관리법에 대해 정광암 힘찬병원 정형외과 과장의 도움말로 알아봤다.
동양인에게 더 많은 O자형 다리
서양인보다 동양인 중에 O자형 다리를 가진 사람이 많다. 동양인들은 앉아서 생활하는 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쪼그려 앉으면 무릎 관절에 가해지는 압력이 체중의 5배로 증가하지만 허벅지뼈와 종아리뼈가 접촉되는 면적은 절반으로 준다. 압력은 5배로 늘었는데 그것을 감당해야 할 접촉면은 반으로 줄게 되면서 서있을 때보다 더 큰 연골 손상을 입는다.
2001년 리나 샤마 미국 노스웨스턴대 의대 교수는 퇴행성관절염 환자 237명을 대상으로 무릎 관절의 정렬상태를 살펴본 결과 O자형 다리가 무릎 안쪽 관절염의 진행을 가속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관절염이 생긴 후 연골 손상을 악화시켜 다리를 더 휘게 만들고 이로 인해 관절염이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렇게 되면 관절염이 중기 또는 말기로 진행돼서 주사 치료로는 낫기 힘든 상황이 생긴다.
바닥보다는 의자에 앉는 습관 중요
O자형 다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좌식 생활습관을 피하는 것이 좋다.
집에서는 방바닥보다는 되도록 의자에 앉는다. 바닥에 앉아야 한다면 방석을 높이 쌓아놓고 앉거나 벽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쭉 펴고 앉는다. 또 30분마다 앉은 자세를 바꾸고 1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 다리를 곧게 펴는 스트레칭도 해 준다.
걸을 때는 의식적으로 양 발이 평행 되도록 해서 일자로 걷는 연습을 한다. 통굽 구두, 하이힐, 크기가 맞지 않는 신발은 걸음걸이를 불안정하게 해서 다리가 휘는 원인이 되므로 피한다. 바닥에 엎드려 걸레질을 하기보다는 밀대 형식의 걸레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O자형 다리 환자는 평소 무릎 관절 주변의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과 스트레칭을 꾸준히 해야 한다. 무릎 관절 주변 근육이 부족하면 연골이 받는 스트레스가 더해져 다리가 더 휘게 된다. 수영과 자전거 타기가 무릎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데 좋다.
체중 관리도 중요하다. 체중이 1kg 늘면 평지에서는 약 4kg,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약 7kg의 하중이 무릎에 추가돼 연골의 마모를 가속화한다. 따라서 자기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 25를 넘지 않도록 한다.
무릎 사이 간격이 주먹 크기 이상이면 위험
O자형 다리는 악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초기에는 증상이 심하지 않아 놓치기 쉽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나 내리막길을 걸을 때 무릎이 시큰거리고, 많이 걷거나 운동을 한 후 무릎이 붓고 열감이 느껴지면 관절염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냥 지나치지 말고 병원 상담을 받고 소염제와 물리치료로 염증을 가라앉히는 것이 좋다.
통증과 함께 양 발끝을 모으고 바로 섰을 때 무릎 사이 간격이 주먹 크기 이상으로 벌어져 O자형 다리가 확연히 드러나면 이미 관절염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다. 이때는 이미 약물이나 주사요법으로 치료가 힘들다.
연골이 거의 닳아 없어진 상태라면 인공관절 수술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그러나 50, 60대 초반 환자들 사이에서는 인공관절 수술보다는 자신의 관절을 보존할 수 있는 변형교정술도 많이 사용된다. 이는 무릎 아래의 종아리뼈를 바로잡아 휜 다리를 반듯하게 하는 방법으로 무릎 안쪽 관절에만 가해지는 부담이 골고루 분산돼 통증이 감소하고 관절의 수명도 연장된다.
이진한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