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 국제부 기자들은 종종 이렇게 자조()한다. 인도에서 1000명이 죽으면 무시해도 되지만 미국에서 10명이 죽으면 기사를 써야 한다. 인간은 다 고귀한 존재임에도 재해가 흔한 나라, 그것도 인구가 10억 명이 넘는 나라의 국민과 초강대국 미국 국민에 대한 뉴스 비중이 같을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자조다. 하긴, 같은 우리나라 국민도 경우에 따라 다르게 대접받는 판인데 국가별 차이쯤이야 대수일까.
아프리카 소말리아 해역에서 무장 해적들에게 납치돼 4개월이 넘도록 억류돼 있는 마부노호의 한국인 선원 가족들이 그제 외교통상부를 찾아가 분통을 터뜨렸다. 아프가니스탄 인질들과 똑같은 국민인데 왜 이렇게 대처 방식이 다르냐는 것이다. 정부가 가지 말라는 곳에서 선교를 하다 납치된 인질들은 구해 내고, 먹고 살기 위해 일하다 납치된 우리 가족에 대해선 손을 놓고 있느냐는 항변이다. 맞는 말이다. 다 같이 세금 내는 국민인데 누구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구출하고, 누구는 버려 둔 듯하니 어찌 속이 터지지 않겠는가.
아프간 인질은 23명인 데다가 시시각각 살해 위협을 받았지만, 피랍 선원은 4명에 몸값을 노린 납치가 분명해서라고 할지 모르나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선원들도 극도의 공포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가족들은 해적들에게 수시로 맞아 이가 부러지고 고막이 터진 사람도 있다는 끔찍한 소식까지 들었다. 그렇다면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가정보원은 뭐하고 있는가. 아프간 인질을 구해 냈다며 사진 찍고, 보도자료 돌리며 나 잘했지 하던 김만복 국정원장은 어디 갔나.
김 원장은 앞으로도 우리 국민이 위협에 처하면 사지()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했는데, 소말리아 인질은 외국인인가. 김 원장은 어제 국정원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에게서 아프간 인질 구출로 칭찬을 받았다고 한다. 노 대통령이 피랍 선원과 가족들의 처지를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이들도 빨리 귀환할 수 있도록 하라고 관심을 표시했어야 옳은데 그런 소식은 없어 유감이다. 청와대 식구가 그런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한 번 생각해 보라.
방 형 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