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종합상사 사업을 맡고 있는 SK네트웍스가 다음 달부터 공식 수입업체를 거치지 않고 직수입(병행 수입)한 고급 차량들을 대량으로 판매한다.
SK네트웍스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렉서스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가() 모델들을 공식 수입업체보다 약 15% 싸게 판매할 계획이어서 수입차 시장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1차분 100여 대 수입 내달부터 판매
11일 SK그룹에 따르면 SK네트웍스는 미국과 독일 중동 등 3, 4개 국가에서 고급 차종을 수입해 11월부터 국내에 판매키로 결정했으며, 1차 수입분은 100여 대인 것으로 확인됐다.
SK그룹 관계자는 고객들에게서 1차 주문을 받아 수입차종을 최종 선정했으며, 올해 연말까지 판매할 물량인 100여 대를 현재 선박을 통해 한국으로 들여오고 있다고 밝혔다.
수입 모델은 벤츠 S550L(한국명 S500L), E350, AMG시리즈 BMW 750Li, 530i, 335i, M시리즈 아우디 A8 4.2, A6 3.2 렉서스 LS460L 등으로 이 가운데 4, 5종을 우선 수입할 계획이다.
판매가격은 최종 결정되지 않았지만 공식 수입 가격보다 15%가량 싸게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소규모 병행 수입업체(비공식 수입업체)들은 공식 수입업체보다 2530% 싸게 판매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차량 판매와 정비를 위해 서울 서초구 방배동과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매장과 서비스센터를 건립 중에 있으며, 수입차 업체 근무 경험이 있는 정비사들도 확보했다.
소비자 선택폭 늘어날 듯
대기업인 SK네트웍스가 고가의 프리미엄 자동차를 직수입해 판매하면 공식 수입업체는 물론 소규모 병행 수입업체 판매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공식 수입업체들은 한국 수입차 시장 규모가 작다는 등의 이유로 국내 판매가격을 미국 가격보다 최고 110%까지 높게 책정해 온 만큼, 일부분 이들의 시장 잠식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SK네트웍스는 또 소규모 병행 수입업체의 문제로 지적돼 온 미흡한 애프터서비스를 그룹 내 자동차 서비스업체인 스피드메이트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공식 수입업체들은 차별화된 서비스 도입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벤츠는 4일부터 고객 차량을 직접 가져다가 정비와 점검을 한 뒤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보내는 픽업&딜리버리 서비스를 도입했다. 렉서스 등 다른 업체들도 이런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공식 수입업체는 SK네트웍스에 차를 공급하는 해외 딜러를 제재해 줄 것을 본사에 요청했다. 실제 벤츠 본사는 최근 미국 딜러회사들에 대해 대량으로 차량을 해외 반출하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공식 수입업체가 가격을 낮춰 정면 대응할 경우 병행 시장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며 소비자 측면에선 가격과 서비스를 놓고 선택의 폭이 넓어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석동빈 김창원 mobidic@donga.com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