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 30대의 비행기가 오가는 김포공항 내 국제선 계류장 바닥이 수년째 내려앉거나 깨지고 있어 항공기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공항공사는 계류장 복구공사를 벌인 시공업체를 두둔하다 뒤늦게 문제를 발견하고는 재시공에 나서 뒷북 행정이란 비난을 받고 있다.
28일 공항공사와 대통합민주신당 한병도 의원실에 따르면 김포공항의 국제선 계류장 내 8만8000m의 콘크리트 바닥이 내려앉아 현재 복구공사를 벌이고 있다.
계류장은 승객들이 비행기를 타고내리는 곳으로 항공기의 활주로 진출입로() 역할을 한다.
김포공항의 국제선 계류장이 내려앉기 시작한 것은 2004년 4월경.
당시 계류장 지하를 통과하는 인천국제공항철도와 서울지하철 9호선의 터널 공사 영향으로 지반이 약해지면서 계류장 내 엔진시험장 부근에서 콘크리트 슬래브(가로 세로 각각 7.5m 크기의 콘크리트판) 68개가 내려앉거나 갈라졌다.
이에 공항공사는 인천공항철도의 시공사인 현대건설에 복구를 요청했고 현대건설은 터널 굴착공사를 중단한 채 2004년 말 계류장 복구공사를 마쳤다.
하지만 2005년 3월 터널 굴착공사가 재개되자 당초 문제가 된 것보다 10배나 많은 700개의 슬래브가 내려앉기 시작했다. 이미 복구공사를 마친 68개 슬래브 가운데 22개 슬래브에서도 다시 균열이 발생했다.
여기에 지하철 9호선 터널 굴착공사 구간에서도 800여 개의 슬래브가 침하됐다. 특히 이 구간에선 평행을 유지해야 할 슬래브 간 높이 차이가 최대 35cm나 벌어지기도 했다.
공항공사는 올해 6월 한병도 의원실에 보낸 공문을 통해 인천공항철도 터널 공사로 생긴 계류장 침하 지역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복구공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사 착공계획서와 완공 뒤 감리보고서에 1mm도 오차가 없는 점을 이상하게 여긴 한 의원실이 군산대 토목공학전공 이창경 교수에게 측량을 의뢰한 결과 슬래브 간 높이 차이가 최대 10cm가 나는 등 복구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일부 침하 지역은 시방서대로 공사가 이뤄지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콘크리트 슬래브를 들어올린 뒤 슬래브 아래 시멘트나 우레탄을 주입해 슬래브를 원상 복구해야 함에도 높은 곳은 깎아 내고 낮은 곳은 콘크리트를 덧씌운 것이다.
항공기 엔진에 조그만 이물질이 들어가도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외국 공항에서는 활주로나 계류장의 표면을 깎거나 덧씌우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 교수는 슬래브의 높이를 맞추는 것은 결코 어려운 작업이 아닌데도 왜 이렇게 높이 차이가 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공항공사 관계자는 감리업체에서 잘못된 보고서를 보내 주는 바람에 공사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며 최근 확인 결과 700개 슬래브 가운데 150개 슬래브가 제대로 복구되지 않아 26일 시공사에 재공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 의원은 공항공사가 시설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감사원에 감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이재명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