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집안싸움이 갈수록 가관이다. 두 번의 대통령선거에 출마했다 패배한 이회창 전 총재, 2002년 대선 때 당 대표로 이회창 후보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가 이번 경선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한 서청원 고문, 그리고 이명박 후보의 측근 실세로 불리는 이재오 최고위원 3인의 행보부터가 너무 추하고 딱하다.
이 최고위원의 호가호위()는 더는 눈뜨고 보기 어렵다. 그는 그제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당내에 아직 이명박 후보를 인정하지 않는 세력이 있는데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대선을 앞둔 공당에서 어떻게 이런 협박성 발언이 나올 수 있는가. 즉각 좌시하지 않겠다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는 반발이 나온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럼에도 그는 최고위원회에서 강재섭 대표가 자제를 당부하자 주먹으로 탁자를 쳐가며 아직도 경선중인 줄 아느냐며 호통까지 쳤다.
합법적으로 선출된 대선후보를 돕는 것이 당을 함께 하는 모든 사람들의 책무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이 후보의 1인 지배 정당은 아니다. 과거 제왕적 후보처럼 힘으로 지지를 강제할 수도 없다. 당원들이 스스로 마음을 열고 돕도록 하는 게 이 후보와 주변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이 최고위원은 분열의 골만 키우고 있다.
4000여명이나 참석한 서청원 고문의 대규모 산행도 정치도의에 반하는 일이다. 개인 사조직이라고 하지만 경선 때 박 전 대표를 지지한 외곽조직이다. 만약 내년 총선을 겨냥해 지분() 챙기기 차원에서 실력행사를 한 것이라면 그런 구태가 없다.
서 고문은 한나라당의 꼬리표가 되다시피 한 차떼기 당의 주역이었다. 어느 실무 당직자는 최근 우리가 1원을 아끼던 그 순간, 바로 옆방에서는 수백억 원의 돈이 굴러 다녔다는 사실을 알고 이 총재님과 서 대표에게 인간적 배신을 느꼈다고 토로한 바 있다. 그런 얘기를 듣고도 서 고문은 느끼는 게 없는가.
이 전 총재는 이 와중에도 지금은 지금이고 그 때는 그 때( )라는 선문답으로 정계은퇴 번복과 대선 3수()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기회주의적인 처신이 그가 책까지 펴내며 강조한 아름다운 원칙인지 되묻고 싶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이명박 후보가 중도 하차하는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은 가히 쿠데타적 발상이나 마찬가지다. 몽상가가 아니라면 감히 하기 어려운 발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