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골을 내주는 순간 성남 일화 골키퍼 김용대(28)는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국가대표 골키퍼로도 활약했던 그는 챔피언결정전을 마치고 그동안 연기해 온 군 입대를 위해 12월 7일 입소할 예정이었다. 그는 K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영예롭게 군 복무를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패배로 속이 타는 모습이었다.
예상을 뒤엎는 대승이었다.
폭발적인 상승세의 포항 스틸러스가 프로축구 K리그 정상 등극을 눈앞에 뒀다. 포항은 4일 포항 스틸야드 전용구장에서 열린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성남에 3-1의 대승을 거뒀다. 포항은 1986년, 1988년, 1992년에 이어 통산 4번째 우승에 바짝 다가섰다.
포항은 11일 오후 3시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2골 차 이상으로 지지 않는 한 정상에 오르는 유리한 고지에 섰다. 통산 8번째 우승이자 2006년에 이어 2회 연속 우승을 노리던 성남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 역대 챔피언결정전에서 1차전을 이긴 팀이 우승했던 확률은 88%에 이른다.
정규리그를 5위로 마쳐 6강 플레이오프,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연이어 치렀던 포항은 체력적인 부담 때문인지 경기 초반에는 신중한 경기를 펼쳤다.
정규리그 1위 성남은 최성국 이따마르 김두현 등 호화 공격진에다 김상식 조병국 손대호 장학영 등 국가대표급 수비진을 갖추고 나섰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포항의 열세가 예상됐다.
포항은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프리킥의 달인 따바레즈를 이용한 세트 플레이로 다시 기회를 노렸다. 전반 31분 골대 왼쪽 지역에서 그동안 포항이 비장의 카드로 활용했던 따바레즈의 프리킥이 올라오자 성남 수비수들은 문전에 있던 황재원을 마크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그러나 공은 왼쪽 포스트를 맞고 튀어나왔고 이를 뒤에 있던 박원재가 강슛으로 연결해 첫 골을 뽑았다.
포항은 후반 초반 총공격에 나선 성남의 파상적인 공격을 막아 낸 뒤 후반 28분 박원재가 띄운 공을 고기구가 머리로 받아 넣었고, 1분 뒤 고기구의 슛이 골대를 맞고 튀어 나오자 이광재가 차 넣어 3-0으로 달아났다. 성남은 종료 직전인 후반 46분 장학영이 한 골을 만회했다.
이원홍 김성규 bluesky@donga.com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