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8일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에 해당하는 약 1450억 달러(약 137조 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경기부양책 발표는 시장의 불안심리를 잠재우는 데는 실패했다. 이날 뉴욕 증권시장에서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전날 종가에 비해 59.91포인트(0.49%) 하락했다.
미국인들, 조만간 두툼한 봉투 받는다
부시 대통령은 경기부양책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개인에 대한 소득세 환급과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이라고만 언급했다. 경기부양책이 확정되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다수인 의회와의 협상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은 개인당 800달러, 가구 기준으로는 최대 1600달러까지 세금을 환급해주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올해 봄에 미국인 가정에는 최대 1600달러짜리 정부 발행 수표가 배달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부양책에 이견 보이는 백악관과 민주당
미국 정치권은 일단 경기부양책 자체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세금환급 수혜 대상 등 구체적인 내용에 들어가면 백악관과 민주당이 이견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의회 절충 과정이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경기부양책 발표에서 소득세에 대한 세금 환급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렇게 되면 소득이 적어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저소득층은 아예 경기부양책 대상에서 제외된다. 은퇴자를 포함해 소득세를 내지 않는 가구는 전체의 37%인 5700만 가구에 이른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중산층에 대한 세금 환급과 함께 저소득층은 물론 실직자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연소득 8만5000달러 이상 고소득층 계층은 아예 세금 환급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이들에게 돌아갈 예정인 세금 환급액을 현재 주택경기 침체와 고유가 등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계층인 저소득층으로 돌려야 한다는 것.
경기부양책의 효과는?
미국 정부는 2001년 경기침체에 빠졌을 때에도 비슷한 내용의 경기부양책을 실시한 바 있다. 개인당 300달러, 가구 기준으로는 최고 600달러에 이르는 세금 환급을 해줬다. 당시 미국 전체 가구의 3분의 2가 세금 환급을 받았다.
당시 경기부양책 효과에 대해서는 경제학자 간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세금 환급에 따른 민간소비 증가분이 2001년 3분기에 0.8%, 같은 해 4분기에 0.6%에 달했다.
미국에서 민간소비는 전체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할 만큼 핵심적인 요소다. 당시 세금 환급에 따른 민간소비 증가로 50만 개의 일자리가 생겼다는 통계도 있다.
이와 함께 당시 기업들에 대한 세제혜택 부여로 일자리가 10만20만 개가 창출됐으며, GDP 성장기여 효과가 0.10.2%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반면 세금 환급이 소비를 증가시키는 것은 분명하지만 경기부양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19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01년 당시 세금을 환급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돈을 어떻게 쓸지를 물은 질문에 소비를 하겠다는 응답은 평균 22%에 그쳤다.
부시 대통령의 구상처럼 세금 환급 대상을 소득세를 납부하는 사람으로 제한하면 세금 환급액을 바로 소비할 가능성이 가장 큰 저소득층은 실질적인 혜택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소비증가 효과가 반감된다는 반론도 있다.
또 미국 경제위기의 근본 원인인 주택경기 침체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어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공종식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