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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지는 무역 언제까지

Posted February. 16, 2008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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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째 악화된 교역조건

한국은행이 15일 내놓은 2007년 중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순상품 교역조건 지수(2000년=100 기준)는 70.2로 한은이 관련 지수를 만든 1988년 이후 가장 낮았다. 이는 또 2006년(73.2)에 비해 4.1% 떨어진 것이었다.

순상품 교역조건 지수는 상품 100단위를 수출해 번 돈으로 수입할 수 있는 물량. 즉 2000년에는 100단위를 수출해 100단위의 물건을 수입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70.2단위만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지수가 떨어지면 수출로 벌어들인 돈이 늘어도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수입품의 양이 줄기 때문에 실질적인 국민의 생활수준과 소득이 하락한다.

순상품 교역조건 지수가 가장 높았던 때는 1995년(138.5)으로 100단위의 물건을 수출해 번 돈으로 138.5단위의 물건을 해외에서 사올 수 있었다.

수출품 가격은 계속 하락, 수입품은 상승세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수출품과 수입품의 가격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주력 수출상품인 반도체, 초박막트랜지스터액정표시장치(TFT-LCD) 등은 지난 몇 년 사이 치열한 경쟁 때문에 가격이 계속 하락했다. 특히 지난해 다른 제품의 수출단가가 모두 올랐지만 반도체를 포함한 전기 전자 제품 수출단가가 6%나 하락해 전체 수출단가는 2006년보다 1.6% 오르는 데 그쳤다. 한국의 총수출액 가운데 전기 전자 제품의 비중은 3분의 1이 넘는 34.2%.

반면 원자재 곡물 기계류 등 수입품 가격은 지난 몇 년 사이 급속히 상승했다. 특히 전체 수입의 절반 이상(56.5%)을 차지하는 원유 화공품 철강재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총수입단가는 2006년보다 5.8%나 올랐다.

세계시장 지배하는 상품 개발 시급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가격경쟁력을 통한 수출이 한계에 부닥친 만큼 기술혁신을 통해 제품 발전 사이클을 주도하는 제품을 생산하지 않고는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휴대전화 등의 분야에서 핵심 부품의 국산화가 더디다는 것. 부품을 해외에서 비싸게 사와 물건을 만든 뒤 충분한 가격을 받지 못하고 파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규복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는 미래형 성장산업을 발굴해 이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민영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