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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콘업계 납품가 올려달라 파업 건설현장 공사중단 속출

레미콘업계 납품가 올려달라 파업 건설현장 공사중단 속출

Posted March. 20, 2008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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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월동 A건설사 아파트 건설현장.

전체 3개 동()과 부속 건물을 짓는 이곳에선 분주히 드나들어야 할 레미콘 차량이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현장에는 1개 동에서만 철골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나머지 2개 동은 각각 4층 바닥과 주차장 상반부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이뤄져야 했지만 레미콘 공급이 끊기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하는 레미콘 업체들이 19일 0시부터 전국적인 생산 중단에 들어가면서 아파트 등 건설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일부 공사 현장은 임시방편으로 공정()을 변경해 공사를 계속하고 있지만, 상당수 건설현장에선 공사 중단이 속출하고 있다.

1, 2차 납품 중단을 벌인 주물()업계도 이날 다시 무기한 납품 중단을 결정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경제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팽팽한 견해차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19일 0시부터 전국의 조합원 회사가 무기한 생산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생산 중단에는 670개 조합원사() 중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지역 180개사 대부분과 일부 지방 업체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진레미콘 등 대형 레미콘 업체 10개사가 가입된 레미콘공업협회도 이번 생산 중단에 동참해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배조웅 대변인은 레미콘 생산 중단은 1주일 이상 갈 것이라고 말했다.

레미콘 납품 중단이 1주일 이상 장기화하면 전체 공사 지연이 불가피하고, 그로 인해 증가하는 공사비는 일반 시민 부담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판단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레미콘 공급 중단이 길어지면 한꺼번에 인력을 투입하는 돌관공사를 할 수밖에 없어 공사비용도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철근, 콘크리트 단가를 올려주면 다른 원자재의 가격도 올려줄 수밖에 없어 올해 하반기(712월) 이후 아파트 분양 가격도 올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설회사의 자재 구매담당자 모임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 이정훈 회장은 레미콘 회사들이 당장 공급 중단을 푼다면 20일이나 21일 협상에 응할 것이라며 하지만 파업을 풀지 않으면 협상에 임할 수 없다고 강경하게 대응했다.

건설자재직협의회는 이날 비상총회를 열고 건설현장을 볼모로 하는 레미콘 업계의 불법 공급 중단을 즉시 중지하고 지난해 타결한 합의서 내용을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양측의 견해차가 큰 데다 레미콘 업계가 민간 건설사뿐 아니라 정부를 상대로 관급공사 계약 방식 변경까지 요구하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너도 나도 피해자?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B건설사 아파트 건설현장에서도 레미콘 차량은 한 대도 볼 수 없었다.

형틀 작업을 하고 있던 일용직 근로자 C 씨는 레미콘 업체들은 연례행사처럼 매년 2, 3일씩 파업을 한다며 콘크리트 작업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다른 작업을 하는 사람들 일감도 없어진다고 털어놨다.

대한건설협회 권홍사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레미콘 업체들이 주장하는 12% 가격 인상은 과도하며 지난해 수준인 34% 인상이 적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건설업체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필요한 전국 26개 건축 공사현장에서 대체 공정을 마련하기로 했다. 판교신도시 현장은 당분간 내부 마감 공정만 진행하기로 했다. 콘크리트 타설 공정이 중단된 다른 건설사들도 공정을 변경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레미콘 업체도 이번 생산 중단 여파가 장기화할 경우 적지 않은 피해가 예상된다.

이날 경기 용인시의 한 레미콘업체에는 34대의 레미콘 트럭이 모두 멈춰 서 있었다. 우렁차게 돌아가야 할 컨베이어벨트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 회사는 계속된 원자재 가격 급등 여파로 2005년 30명이었던 직원을 현재 17명으로 줄였다. 이 업체 관계자는 몇 년째 임금이 동결됐을 뿐 아니라 야유회조차 비용을 줄이기 위해 3년째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7일과 17일 각각 3일씩 1, 2차 납품 중단을 했던 주물업계는 이날 납품가 인상을 요구하면서 무기한 납품 중단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