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총선 투표가 실시되는 오늘은 민주절()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의미를 되새기고 실천하는 날이란 뜻이다. 민주주의는 말 그대로 국민이 주인인 정치이념과 체제를 말한다. 따라서 주인이 제 노릇을 해야 한다. 주인이 앞장서서 제대로 된 머슴을 뽑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수고를 마다한다면 민주주의를 향유할 자격이 없다.
고현철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그제 정치가 바로 서고 나라가 발전하기를 원한다면 반드시 투표해 국민의 진정한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표율이 50%에도 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선관위는 투표한 사람에게 국 공립시설을 무료 또는 할인으로 이용할 수 있는 투표확인증까지 발급해 주기로 했다. 민주시민으로서의 당연한 의무를 이행하는데도 이런 인센티브까지 받아야 한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한 표의 권리를 포기한다면 그 사람은 앞으로 4년 동안 국가 살림살이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다. 고질적인 고비용 저효율 정치가 계속되더라도 감내해야 한다. 권리와 의무를 포기함으로써 무능하거나 오만하한 국회가 구성되도록 방치한 데 따른 대가이기 때문이다.
기권은 민주주의의 공적이다. 기권함으로써 정치는 엉키고, 경제는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며, 사회는 혼란과 갈등을 겪어야 했던 적이 어디 한 두 번인가. 선량하고 유능한 머슴을 뽑지 못해 머슴이 주인 위에 군림하면서 정쟁()과 부조리로 날을 보낸 구태가 다시는 되풀이 돼서는 안 된다.
더욱이 18대 총선은 10년 만의 정권교체에 대한 후속 평가의 의미마저 띄고 있다. 작년 대선에서 표출된 민의가 계속 유지되기를 바라는 국민이 많은지 아닌지가 결정된다. 그 결정에 따라 국가의 미래는 물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장래가 결정된다.
선거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힘의 원천이다. 허투루 머슴을 뽑아 국정을 맡길 수는 없다. 오늘은 국회에서 일할 그런 대리인 299명을 선발하는 선거일이다. 믿을 수 있고 능력이 출중한 대리인을 뽑으면 주인도, 나라도 흥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나라가 거덜 날 수도 있고, 주인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