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고 부수고 다시 짓는 소비형 사회에서 튼튼하게 짓고 잘 관리해 대대로 물려 쓰는 스톡(stock비축)형 사회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고도성장기에 세운 건물이나 기간 시설들의 교체를 앞둔 일본 정부가 200년 주택 보급을 주창하는 등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숨 가쁜 소비를 통해 고도성장을 이뤄냈던 예전의 체질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사회자산을 만드느냐는 쪽으로 발상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것.
일본 정부는 올해 초 각의에서 결정한 일본 경제의 진로와 전략에서 소비형 생활에서 여유롭게 길게 사용하는 스톡형 사회로 전환한다고 명시했다.
주택 수명 늘리기 구상=일본의 단독주택과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평균 수명은 30년으로 영국 77년, 미국 55년에 비해 짧다.
일본 정부는 수명이 긴 장수주택을 보급해 주택 교체에 따르는 환경 등에 대한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이를 위한 주택장기이용촉진법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흔히 200년 주택이라 불리는 장수주택은 골격이 튼튼해 오래갈 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과 연령 등에 맞춰 내부 구조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이는 후쿠다 야스오() 총리가 집권 자민당의 주택토지 조사 회장을 맡고 있던 지난해 5월 제안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또 수리 명세 등을 기록한 주택 이력서를 만들어 소비자들이 믿고 매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장수주택은 건축비가 20% 정도 더 들지만 집주인으로서는 적절한 가격에 다음 소유자에게 팔 수 있어 긴 안목으로 보면 득이 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
자민당은 전국의 모든 주택을 200년간 사용할 경우 재건축이 줄어 주택 관련 폐기물이 연간 1000만 t 줄어들 것으로 추산한다.
일본 정부는 장수주택 보급을 장려하기 위해 소비세와 고정자산세, 소득세 등을 줄여주고 주택대출금리도 우대할 방침이다. 당장 올해 예산에 장수주택 개발 업자에 대한 지원금 135억 엔을 배정했다.
사회 인프라도 오래 쓸 수 있도록=교량이나 상수도 등 노후화된 사회 인프라 교체도 발등의 불이다. 일본 정부는 이들 시설의 내구성을 강화해 좀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성은 지난해부터 전국의 교량과 하수도, 항만시설에 대한 실태 조사에 들어갔다. 일본 전국에는 길이 15m 이상의 교량이 약 14만 개 있다. 이 중 내구연한인 50년을 넘은 교량은 2006년도 기준으로 약 8900개이나 2026년에는 6만8000개로 늘어나게 된다.
전국에 약 60만 km가 깔려 있는 상수도관의 노후화도 심각하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10년 뒤에는 법정내구연한을 넘는 관이 전체의 40%에 이르게 된다. 고도성장기 이후 계속 건설하기만 하던 시절과 달리 상수도관 갱신은 수도사업자들에게는 처음 접하는 업무이다. 업계에서도 예전보다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소재와 공법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히라자와 레이 도쿄대 명예교수는 스톡형 사회를 만들려면 100년 뒤를 내다보는 종합적인 국가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영아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