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를 승리로 이끈 젊은 세대=오바마 의원이 사실상 후보 자리를 굳힐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은 젊은층의 열렬한 지지였다. 이번 경선에서 30대 이하 투표 참가자는 과거의 두 배, 일부 지역에선 세 배에 달했다.
오바마 의원이 압승을 거둔 조지아는 평균연령이 28세였다. 반면 힐러리 의원이 승리한 펜실베이니아는 평균연령이 40세였다.
세대 간 지지세 구분 현상은 흑인을 제외한 거의 모든 인종에서 나타났다.
2월 중순 오바마 의원 유세장에서 만난 히스패닉계 대학원생 에밀리 톰슨 씨는 부모님은 클린턴 가문은 히스패닉의 친구라고 말하지만 나는 페이스북(인터넷 친구 맺기 사이트)에서 오바마 지지 모임에 가입하고 인터넷 기부금도 냈다고 말했다.
오바마 의원도 진작부터 젊은층을 결집하고 끌어내는 전략에 집중했다. 지난해 출마 연설 때 그는 세대란 단어를 13번이나 써 가며 세대교체를 강조했다. 또 연설 때마다 단문들을 끊어가며 관계대명사로 이어가는 어법으로 젊은이들과 호흡을 맞췄다.
베이붐 세대와 Y세대의 대결=통상 미국의 성인들을 전쟁세대(1945년 이전 출생) 베이비붐 세대(194560년) X세대(196177년) Y세대(197894년 출생)로 분류할 수 있다. 이번 경선은 베이비붐 세대와 이후 세대 간의 대결이었던 셈이다.
물론 민주당 내 신구 세대 대결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윌리엄 걸스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2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1983년 게리 하트 후보가 뉴 아이디어를 표방하고 나섰을 때 노년층이 많은 월터 먼데일 후보 지지자들과 세대 간 대결 양상이 벌어진 전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번처럼 젊은층이 대거 열성적으로 정치에 참여한 전례는 없었다.
테리 마돈나 플랭클린앤드마셜대 정치연구소 소장은 젊은층은 지난 40년간 로널드 레이건 시절을 제외하곤 대체로 민주당 지지 성향을 보였지만 흑인이나 여성 후보가 이렇게까지 당선 가능성이 높았던 적은 없다며 미국 역사에서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세대 대결의 사회학=젊은층이 대거 경선에 참여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진보와 보수를 구분해 욕하기 어려울 정도로 통틀어 기성세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 현실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물론 핵심 원인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실정()이 제공했다. 특히 이라크전쟁의 실패가 바꿔야 한다는 욕구를 강하게 불러일으켰다. 젊은층에겐 기성 정치권 전체가 교체의 대상으로 인식됐고 힐러리 의원마저도 교체 대상인 낡은 세대로 여겨진 것이다.
2월 오바마 의원 유세장에서 만난 앤서니 루이스(메릴랜드대 4학년) 씨는 기성세대가 미국을 세계 초대강국으로 키우고 유지해 온 업적들을 존중한다며 오바마 의원이 분열 대신 통합을 주창하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한편 S대의 한 교수는 브래들리 효과를 들어 설명했다. 브래들리 효과는 1982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 당시 흑인인 톰 브래들리 후보가 여론조사에선 앞섰지만 막상 투표에선 진 데서 유래한 용어다.
인종 문제의 민감성 때문에 익명을 요청한 이 교수는 민주당 지지자들 내에서 연령이 올라갈수록 인종적 요인 때문에 오바마 의원 지지자가 줄어들고 인종에 대한 선입견이 적은 젊은층일수록 오바마 의원 지지자가 많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본선 세대 대결 전망=존 매케인 후보와 오바마 후보 간의 본선 대결은 전쟁세대 대 Y세대의 승부다. 그렇다면 힐러리 의원을 지지했던 장년, 노년층은 본선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
걸스턴 연구원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후보자 간 연령차가 큰 선거다. 민주당 성향의 신구 세대가 하나가 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마돈나 교수는 세대 간 격돌 상황은 이번 선거에 국한된 현상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며 민주당 사람들은 그대로 민주당 지지자로 남을 가능성이 높고 지지 정당을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기홍 하태원 sechepa@donga.com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