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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인격살인 죄책감도 없나

Posted June. 11, 2008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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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 썩은 교사를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서울 모 중학교에서 국사를 가르치는 A 교사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아주 잘한 일이라고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이야기했다라는 내용의 글에는 학교 전화번호는 물론이고 해당 교사의 실명과 휴대전화 번호까지 포함돼 있었다.

이 글을 올린 누리꾼은 학교나 담임선생님에게 항의해주셔서 다시는 자격 없는 교사가 신성한 교실에서 망언을 일삼지 않도록 힘을 보태 달라며 다른 누리꾼의 동참을 호소했다.

이 글이 올라온 직후 해당 학교에는 항의전화가 빗발쳤고 A 교사의 휴대전화로는 욕설과 항의 문자메시지가 쏟아졌다. A 교사는 이날 오후 휴대전화를 해지했다.

학교에 항의전화했다 문자를 남겼다라는 댓글이 계속 이어지자 결국 보다 못한 한 누리꾼은 숨어서 무고한 선생님을 죽이는 행위는 우리 민주사회에 있어서는 안 되는 반민주적 사이버 테러다라며 자제를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자신을 이 학교 학생이라고 소개한 다른 누리꾼도 선생님의 의도는 객관적인 관점에서 학생들을 안심시키려고 했던 것으로 말이 너무 많이 왜곡되었다라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성난 누리꾼들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10일 학교에서 만난 A 교사는 전날의 충격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료 교사는 문제의 글을 봤는데 매우 왜곡됐다. 사실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채 교사의 수업내용을 이렇게 공격한다면 아무것도 가르치지 말라는 것 아니냐며 안타까워했다.

한 학생은 선생님이 쇠고기 이야기를 한 것은 맞지만 무조건 미국산 쇠고기가 좋다고 말씀하시지는 않았다며 평소에도 열정적으로 수업을 해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은 선생님이어서 친구들도 (누리꾼의 인신공격에)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고려대 사회학과 현택수 교수는 개인에 대한 마녀사냥 식 인신공격은 법적인 처벌과 별개로 개인에 대한 인격살인이자 민주주의를 가장한 대중의 폭거라며 익명의 다수가 마음대로 판단해 행동하는 인터넷 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상준 배태호 alwaysj@donga.com news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