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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물면 끝을 본다

Posted June. 17, 2008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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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는 확실히 특별한 뭔가가 있었다.

패배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는 순간에 기적처럼 부활했다.

타이거 우즈(33미국)는 1타 차 2위였던 18번홀(파5527야드)에서 버디가 필요했지만 드라이버샷이 왼쪽으로 당겨져 페어웨이 벙커에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9번 아이언으로 한 세컨드샷이 오른쪽 러프에 떨어져 화가 난 나머지 클럽을 내동댕이쳤다. 101야드를 남기고 60도 웨지로 한 세 번째 샷은 핀 오른쪽 3.7m 지점에 떨어졌다. 까다로운 내리막 훅 라인. 거듭된 위기 속에서 마지막 한 방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퍼터를 떠난 공은 홀 오른쪽으로 돌더니 빨려들어 가듯 뚝하고 떨어졌고 그린 주변에 운집한 2만여 명의 갤러리는 흥분했다.

4월 15일 수술 받은 무릎의 통증에 시달리며 다리를 절던 우즈였지만 마치 다 나은 듯 연방 어퍼컷 세리머리를 했다.

16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근처의 토리파인스GC 남코스(파71)에서 열린 제108회 US오픈골프대회 4라운드.

1번홀 더블보기와 2번홀 보기로 힘겹게 출발한 우즈는 2타를 잃었지만 결정적인 버디에 힘입어 합계 1언더파 283타로 로코 미디에이트(46미국)와 동타를 이뤄 17일 새벽 18개 홀 연장 승부로 최후의 승자를 가리게 됐다.

이로써 우즈는 메이저대회 최종 라운드를 선두로 들어간 13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던 역전 불허의 신화를 이어갈 기회를 되살렸다.

먼저 경기를 마친 뒤 클럽하우스에서 우즈의 경기를 보던 미디에이트는 우즈가 넣을 줄 알았다. 괴물과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메이저 13승을 포함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64승에 빛나는 세계 1위 우즈와 아직 메이저 우승 없이 통산 5승에 불과한 세계 158위 미디에이트의 맞대결은 경력만 따지면 결과는 안 봐도 뻔할 듯하다. 하지만 수술 후 첫 대회에서 5일간 90홀을 돌아야 되는 우즈는 육체적인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막판까지 우승을 다투던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는 18번홀에서 6m 버디퍼트에 실패하며 1타 차의 3위에 머물렀다.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