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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펑펑 쏟았더니 고독이 물러갔다

Posted July. 31, 2008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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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K-1 500에 나간다고 하니 이종격투기라도 하는 줄 알아요. 호호.

웃으며 얘기했지만 비인기 종목의 설움이 녹아 있는 것 같아 가슴 한편이 무거워진다.

베이징 올림픽 여자 카약 1인승(K-1) 500m에 출전하는 이순자(30전북체육회).

그는 5월 일본 고마쓰에서 열린 올림픽 예선에서 2위를 차지해 출전 티켓을 땄다. 한국 선수가 와일드카드가 아닌 자력으로 올림픽 이 종목에 나서는 것은 사상 처음.

물과는 거리가 먼 전북 장수군 산골에서 2남 9녀의 여덟째로 태어난 그는 1993년 육상 지망으로 전북체고에 입학시험을 보러 가는 날 카누 감독의 눈에 띄어 처음 노를 잡은 끝에 영광을 안았다.

처음 배를 탈 때만 해도 올림픽은 생각도 못했어요. 해마다 목표를 조금씩 올려 잡다 보니 10년 넘게 흘렀고 이런 날도 오더군요. 꿈이 현실이 됐어요.

이순자처럼 베이징 올림픽에는 외롭지만 값진 도전을 펼치고 있는 나 홀로 출전의 주인공이 관심을 모은다.

평소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하고 다닐 만큼 개성이 강한 박성백(23서울시청)은 한국 남자 사이클 선수로는 유일하게 올림픽에 나선다.

도로 부문에 출전하는 그는 대표팀에서는 훈련 파트너가 없어 서울시청 동료들과 결전에 대비하고 있다. 한국 사이클이 올림픽 이 종목에 출전한 것은 1988년 서울대회 이후 20년 만일 정도로 그동안 불모지였다. 베이징에서는 함께 레이스를 하며 호흡을 맞출 동료가 한 명도 없기는 해도 투르 드 프랑스 우승자 출신을 비롯한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당당히 맞서 완주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말레이시아 승마 대표인 디아니 리칭니와 연인 사이로도 유명하다.

최준상(30삼성전자 승마단)은 한국 승마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 자력 진출권을 따내 마장마술에서 애마 첸토와 멋진 연기를 준비하고 있다. 아시아경기에서는 2006년 카타르 도하대회 때 2연속 2관왕을 달성할 만큼 강자로 불렸으나 세계의 높은 벽을 뚫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그는 올림픽 출전 포인트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11개 대회를 쉴 새 없이 출전하느라 하루 7시간씩 말을 타는 강행군을 펼쳤다.

남자 테니스의 간판 이형택(32삼성증권)은 올림픽 4회 연속 출전 기록을 세운다. 앞서 3차례 올림픽에는 대륙별 안배에 따른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반면 이번에는 세계 랭킹 55위 자격으로 자력 출전 티켓을 안았기에 가슴 한 구석이 뿌듯하다.

하지만 동료 선수 없이 처음으로 혼자 올림픽 코트를 밟게 돼 아쉬움이 많다. 윤용일 삼성증권 코치와 막바지 훈련으로 땀을 쏟고 있는 이형택은 마지막으로 올림픽에 가는 길이 좀 쓸쓸하긴 하다. 앞으로 좋은 후배가 많이 나와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