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 천완기(에너지공학과) 교수의 연구실에는 1m 높이의 특이한 나무가 있다. 이 나무는 미풍이 불 때마다 전기를 만든다. 나뭇가지와 잎이 힘을 받으면 전기를 만드는 압전 소재로 돼 있기 때문이다. 나뭇잎 100장이 달린 전기나무는 초속 1.5m의 바람을 받아 AA급 배터리를 5, 6시간 걸려 충전한다.
천 교수는 아직 적은 양이지만 소재를 개선하면 충전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풍력발전기는 초속 725m에서만 쓸 수 있지만 나무발전기는 초속 4m 이하의 실바람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발전기는 2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제7회 국제지속가능한에너지기술 학술대회에서 공개됐다.
물에서 찾은 엉뚱 발랄 재생에너지
과학자들은 요즘 재생에너지 보물찾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 꼭꼭 숨어 있는 에너지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같은 풍력이라도 거대한 풍차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 꼭 파란색의 넓적한 태양전지판을 써야 할까.
영국 사우스햄턴대 존 채플린 교수팀은 7월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에 전기를 만드는 고무 아나콘다를 공개했다. 고무로 뱀처럼 길게 관을 만든 뒤 양 끝을 막은 것이다. 원래 계획은 지름 7m, 길이 200m의 거대한 모양이지만 먼저 몇 m 길이로 모형을 만들었다.
수면 바로 아래에 있는 고무뱀은 파도가 칠 때마다 탄력적으로 울룩불룩해지며 안에 들어 있는 물이 관을 따라 이동한다. 관 끝까지 온 물은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든다. 채플린 교수는 200m 길이의 고무뱀 하나가 2000가구가 쓸 수 있는 전기를 만들 수 있다며 일반 파력발전기보다 더 효율적이고 고장도 적다고 강조했다.
영국 블루에이치라는 회사는 최근 이탈리아 해안에 둥둥 떠다니는 풍력발전기를 선보였다. 앞으로 해안에서 19km 떨어진 곳까지 발전기를 띄우고 케이블을 연결할 계획이다. 건설비도 적고 환경이나 배에도 피해를 덜 준다고 이 회사는 주장하고 있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부는 바람까지 싹싹 긁어모으는 원양 발전인 셈이다.
아스팔트, 유리창으로 도시 햇빛 잡는다
미국 우스터폴리테크닉대(WPI) 연구진은 18일 스위스에서 열린 국제아스팔트포장회의(ISAP)에서 아스팔트 도로를 이용해 태양열을 모으는 시스템을 발표했다.
이 시스템은 도시 곳곳에 있는 아스팔트 도로에 눈을 돌렸다. 아스팔트 도로는 해가 진 뒤에도 식지 않고 뜨겁다. 연구진은 도로 안에 구리 파이프를 묻고 그 안에 들어 있는 물을 아스팔트 열로 데웠다. 뜨거운 물로 방을 데우는 온돌의 원리를 거꾸로 이용한 것이다. 연구진은 열전도율이 높은 구리 파이프를 쓴 것이 비결이라고 밝혔다.
주택이나 대형 빌딩의 컬러 유리를 이용해 햇빛으로 전기를 만드는 기술은 이제 아이디어를 넘어 실리콘 태양전지판을 넘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남규 박사팀, KAIST 배병수 교수팀 등이 이런 방식의 태양전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태양전지는 색을 입힌 투명유리를 이용해 햇빛을 전기로 바꾼다. 실리콘 태양전지보다 햇빛을 전기로 바꾸는 효율은 절반 수준이지만 제조단가가 20%에 불과하고 흐린 날에도 발전이 가능하다. 건물의 기업 로고에도 쓸 수 있어 도심 전체를 태양광발전소로 만든다.
땅속의 무한 에너지 캔다
프랑스 독일 호주 등에서는 지하 35km 깊이의 구멍을 뚫고 지구의 뜨거운 열로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섭씨 200도에 달하는 지열을 이용하는 것이다. 아이슬란드 등에서 지표의 열을 이용하는 기존 지열발전과는 규모가 확연히 다르다.
발전 방식도 재미있다. 먼저 지상에서 구멍으로 많은 물을 빠른 속도로 발사한다. 이 물은 지하의 뜨거운 바위에 부딪쳐 증기로 바뀐다. 지상으로 올라온 증기를 잡아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든다.
송윤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는 미국은 2050년까지 5km 지하의 열을 이용해 원자력발전소 100여 개에 해당하는 전기를 생산할 계획이라며 성공한다면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단번에 극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상연 이정호 서금영 dream@donga.com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