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경호원이 검정 양복 차림에 선글라스와 리시버를 끼고 긴장된 표정으로 사주를 경계하는 모습은 영화 장면처럼 폼이 난다. 그렇지만 경호원의 24시는 한시도 방심할 틈이 없고 유사시에는 몸을 던질 각오를 해야 한다. 경호원들은 매일 대통령을 대신해 죽는 연습을 한다. 경호실 직원들의 가족을 초청해 시범을 보이는 자리는 울음바다가 되곤 한다. 아들이나 남편이 날아오는 총탄을 대신 맞으려고 몸을 날리는 장면을 보고 어찌 감정이 북받치지 않겠는가. 전직 대통령 경호원의 말이다.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벌어진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 때 경호원의 육탄 방어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경호원이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현장이다. 차지철 전 경호실장은 재직 시 각하를 지키는 것이 나라를 지키는 것이다는 표어를 집무실에 붙여놓았다. 그런 그도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탄으로부터 박정희 대통령을 지켜내지 못했다. 대통령 경호에 100% 안전지대란 없다.
청와대 경호원들은 경호근무 중이 아닐 때도 빡빡한 교육훈련 일정 속에서 엄격한 생활을 한다. 정신과 체력 관리의 중요성 때문이다. 공사() 생활에서 긴장을 풀거나 허점을 보여서도 안 된다. 청와대 밖에 있더라도 항상 긴급 연락이 가능한 통신 대기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술 조심은 물론 외부인과의 접촉도 가급적 삼가야 한다. 사소한 경호원들의 방심이 자칫 대통령의 안위()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에 파견된 경찰의 경호경비 총책임자(경무관)가 여성 경호원을 성추행해 파견근무가 해제됐다. 6일 이명박 대통령이 참관한 경호시범 행사가 끝난 뒤 회식 자리에서 여성 경호원과 러브샷을 하면서 지나친 신체접촉을 했다고 한다. 파견 경찰관의 돌출행동이라 하 가볍게 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대통령 경호원들의 기강에 빈틈이 생기면 국가의 안위로 연결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시범행사를 지켜본 후 (경호와 관련해) 경호실의 말을 잘 듣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격려를 받은 직후에 그런 일이 벌어졌으니 더 심각한 문제다.
육 정 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