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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대통령, 시장 신뢰 회복의 원점에 서야

[사설] 이대통령, 시장 신뢰 회복의 원점에 서야

Posted October. 27, 200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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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경제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경제 장관들과 금융시장 안정 및 경기 활성화 대책을 논의했다. 아셈(ASEM) 정상회의 참석차 23일 중국으로 출국하기 직전 금융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한지 3일만이다. 이 대통령이 아셈 회의에서 중국 일본 유럽의 정상들과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긴밀한 공조를 다짐한 동안에도 주가는 폭락했다. 회담 성과가 나쁘지 않았는데도 시장은 기대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다.

금융시장 불안은 기본적으로 외부발 악재에서 비롯됐지만 정부의 잦은 실책이 시장의 의구심을 키운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부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문제가 없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시장은 믿으려 들지 않는다. 현안이 닥쳤을 때 행동보다 말이 앞선 미숙한 일처리와 정책의 효과를 반감시킨 뒷북 대응으로 시장의 신뢰를 잃은 당국자들부터 자성해야 한다.

정부와 시장이 따로 노는 현상은 이제 통상적인 해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단계가 됐다. 그렇다면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라도 최고 통치권자인 대통령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이 오늘 국회에서 하는 예산안 시정연설은 경제위기 극복의 전제조건인 시장 신뢰를 되찾는 출발점이 돼야 할 이유다.

이 대통령은 정치권의 초당적인 협력과 은행 지급보증 동의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하되 그동안 위기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정부의 초기 대처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면 겸허하게 사과하는 것이 옳다. 아울러 시장 불안 요인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관련 정책을 속도감있게 집행해 구체적인 효과를 내겠다는 결의를 다시 한번 밝히고 경제 주체들의 동참과 고통 분담을 호소해야 한다.

정부는 어제 회의에서 시장금리 안정, 내수 활성화, 기업투자 확대, 일자리 창출 등을 골자로 하는 전방위적인 종합대책을 이번 주 중 내놓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의 침체로 이어지지 않도록 추가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계획이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잘 챙겨야 한다고 지시했다. 정부 대책이 금융 일변도에서 벗어나 전체 경기로 시야를 넓힌 것은 적절한 판단이다.

이 대통령은 시장을 향해 구체적인 메시지를 내놓기 전에 자신과 시장의 눈높이에 어떤 편차는 없는지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 차이가 너무 커 경제에 부담을 주는 수준이라면 개별 정책이든 인사든 대통령이 시장에 맞추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신뢰 회복을 위한 방법론에서 경제팀 교체도 배제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