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옵션 파생상품인 키코에 들어 손실을 본 120여 개 기업이 환헤지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공동대책위는 29일 한국씨티 SC제일 신한 외환은행 등 13개 은행을 상대로 다음 주 키코 계약 무효를 주장하는 본안소송에 대한 소장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공동대책위는 28일 SC제일은행을 상대로 키코 계약 효력 중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했다.
공동대책위는 이 소장에서 자신들을 마을 이장(은행)의 꾐에 넘어간 순진한 시골 총각에 비유해 눈길을 끌었다. 은행이 정보가 없는 중소기업에 부적절한 상품을 팔아 이익을 챙기려 했다는 것이다.
한 시골마을에 순진한 노총각이 만물상을 하는 마을 이장으로부터 값싼 롤렉스 시계(키코)를 사면 색싯감이 생긴다는 얘기를 듣는다.
마을 대소사를 관장하는 이장에게 밉보일 수도 없고 결혼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 시계를 구경하지만 시곗줄이 없어 손목에 차고 여자 앞에서 과시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키코 상품은 환율이 일정 수준 밑으로 내려가면 환차손을 피할 수 없다는 비유를 한 것이다.
이장은 그래도 명품 시계를 갖게 되는 것(제한된 구간에서 환위험 회피 효과)이라며 공짜로 롤렉스시계를 줄 테니 조건을 하나 달자고 제안했다.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마을 한가운데 높은 시계탑이 생겨(환율 급등) 손목시계의 필요성이 적어지면 시계탑 높이 10m마다 롤렉스 손목시계를 1개씩 달라는 것.
총각은 시골마을에 시계탑이 생길 리 없다고 생각했다. 또 군수와 친한 이장이 군수가 시계탑 공사 계획이 없다고 했다며 호언장담했다. 은행이 환율 변동에 관한 정보가 없는 중소기업에 환율 급등에 대한 가능성을 인식하지 못하게 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마을에 시계탑이 생겨 10, 20, 30m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계속 올라갔다. 결국 순진한 총각은 처녀에게 시계 자랑은 한 번도 해보지 못하고 이장의 꾐에 넘어가 거덜이 났다는 것이다.
류원식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