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에서 어제까지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은 권력이동과 새로운 세계질서의 탄생을 알리고 있다. 지난날 세계경제질서 논의는 G7(선진 7개국)이 주도했지만 이젠 신흥시장국가가 적극 참여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야 할 국가들의 범위가 훨씬 넓어졌다는 뜻이다. 중국 브라질 인도 등의 역할과 책임이 더 커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내년 4월 개최가 예상되는 2차 G20 정상회의에 올릴 금융개혁 세부방안 작성국가에 영국 브라질과 함께 지명됐다. 국제 경제공조 무대에서 선진국과 신흥국의 조정자로 활약할 기회를 잡은 것이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선 이명박 대통령의 무역-투자 장벽 동결 제안이 큰 지지를 얻었다. 앞으로 국제통화기금(IMF)에서 한국의 의결권이 강화되고, 2010년엔 우리가 G20 정상회의 의장국이 되므로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수습을 위해 G20이 금융시장 감독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 금융시장이 붕괴 직전까지 내몰린 것은 고위험 금융상품에 대한 감독당국의 인식과 위험 관리가 안이했기 때문이다. 다국적 대형금융회사에 대한 감시 강화도 과제다. G20은 국가간 공조를 통해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로 합의했고 이미 공조 경험이 있는 금리인하와 함께 감세(), 공공지출 확대 등의 정책수단을 동원할 전망이다.
우리도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금융부문의 과도한 규제는 풀되 금융회사에 대한 건전성 관리와 투자자 보호는 강화해야 한다. 헤지펀드 도입을 포함한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이 내년 2월로 예정돼 있지만, 엄청난 상황 변화에 따라 재검토할 부분은 없는지 시급히 점검해봐야 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통합 등 조직 재편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국내 구조조정 작업은 투명하게 추진돼야 한다. 채권은행 주도로 100대 건설회사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금주에 진행된다. 그동안 금융 불안의 뇌관으로 꼽혀온 저축은행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사업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원 및 퇴출 대상 저축은행을 가리는 작업도 구체화된다. 진통이 따르지만 경제와 시장의 부활을 위해선 창조적 파괴를 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