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 페어 프리스케이팅.
마지막 순서로 중국의 롼보-야오빈 조가 무대에 섰다. 중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세계무대 페어 부문에 출전한 것.
하지만 중국의 첫 도전은 비참했다. 남자 파트너인 야오빈은 코치를 구하지 못해 혼자 책을 보며 독학으로 페어 종목을 공부했는데 관중은 이들의 엉성한 연기에 웃음을 터뜨렸다.
이때의 수모는 중국의 페어 수준을 세계 수준으로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됐다. 야오빈은 그로부터 2년 더 세계선수권 무대를 밟았지만 꼴찌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지도자로 변신한 야오빈(51)은 유망주들을 발굴해 키웠고 야오빈의 아이들은 러시아의 독주 구도를 깨고 세계 정상에도 올랐다.
첫 제자인 선쉐-자오훙보는 2002년 첫 세계선수권 정상을 포함해 3차례나 세계선수권을 제패했고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도 다섯 번이나 우승했다. 야오빈의 두 번째, 세 번째 제자인 팡칭-퉁젠, 장단-장하오도 동계올림픽, 그랑프리 파이널 등 국제대회에서 3위 이내에 여러 차례 입상하며 세계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야오빈의 시대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 같다.
12일 경기 고양시 어울림누리 빙상장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 주니어 페어 부문에서 야오빈의 네 번째 제자인 장웨(15)-왕레이(20)가 2위에 올랐다.
장웨-왕레이는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지난 시즌 그랑프리 파이널과 주니어세계선수권에서 각각 7위에 그쳤다. 하지만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87.70점을 얻어 쇼트프로그램(50.22)과의 합계점수 137.92점으로 러시아의 누보프 일리셰츠키나-노다리 마이수라체(149.38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김성규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