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을 준비 중인 서울의 한 외국어고교 2학년인 S 군(17)의 부모는 한 달 과외비로 420만 원을 썼다. S 군은 미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인 SAT 준비를 도와주는 방과후 유학준비반에 들지 못해 지난해 말부터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한 오피스텔에서 족집게 과외를 받아왔다.
최근 미국 유학 지망생들이 늘면서 SAT 과외가 학원가에서 인기다. 한 달 수강료가 평균 200만 원 선으로 일반 과외의 두 배 정도. S 군의 경우, 한 달에 70만 원가량 하는 학교 수업료를 합하면 교육비로 매달 약 500만 원이 드는 셈.
S 군은 오후 6시경 학교 수업을 마치면 곧바로 오피스텔로 향한다. 방 3곳에서 학년별로 7, 8명씩 모여 오후 11시까지 과외교습을 받는다. 교재는 미국에서 공수해 온 미국사, 수학, 과학 교과서. 교사들은 국내 명문대를 졸업한 뒤 미국 유학자금이나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고액과외에 뛰어든 사람들로, 매달 1000만 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강사도 있다.
이 과외학원 원장 맹모 씨(37)와 강사 등 5명은 지난달 3일 불법 고액과외를 한 혐의(학원 설립 운영 및 과외 교습에 관한 법률 위반)로 서울 수서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됐다.
미국의 한 주립대를 졸업한 맹 씨는 서울지역 외고에서 방과후 학교 계약직 교사로 일하다 SAT 과외학원을 차렸다. SAT 전문 족집게로 인기를 끌자 H외고, S외고, C국제고 등에서 학생들이 많이 찾아왔다.
맹 씨는 학생 한 명당 월 150만420만 원의 수강료를 받았고 2007년 6월부터 14개월 동안 계좌 매출로만 5억 원을 벌었다. 시간당 20만 원 이상인 셈이다. 현금 매출까지 합하면 수입은 1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조사 결과 맹 씨는 학부모와 개별상담을 거쳐 과외비를 정했기 때문에 한 교실에서 교습을 받는 학생들 사이에도 수업료가 제각각이었다.
신광영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