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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무현 처리 조사결과와 법적 판단에 따를 일

[사설] 노무현 처리 조사결과와 법적 판단에 따를 일

Posted May. 01, 2009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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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제 밤늦게까지 대검중앙수사부 특별조사실에서 검사 2명으로부터 포괄적 뇌물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그는 이날 오전 봉하마을을 떠나기 직전이나 대검청사 앞에 도착해 취재진에게 말을 아낀 것과는 달리 적극적 자세로 검사의 신문에 응했다고 한다. 이제 관심은 검찰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쏠려있다.

노 전 대통령은 봉하마을을 출발할 때 무거운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국민 여러분께 면목 없습니다. 실망시켜드려 죄송합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간단히 말한 뒤 경호버스에 올랐다. 골목 입구에 늘어선 노사모 회원들이 노무현, 노무현을 연호하고 가는 길에 노란색 장미꽃잎을 뿌렸지만 그의 표정은 여전히 침통했다. 대검 청사에 도착해서도 수백명의 취재진 앞에서 면목 없습니다라고 했을 뿐 다른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전직 대통령의 무너진 모습을 TV를 통해 지켜본 국민의 마음은 착잡했을 것이다. 권좌에서 물러난 지 1년 여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의 부름을 받은 그의 복잡한 심경도 짐작할만하다. 전직 대통령이 비리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는 일이 언제까지 되풀이될 것인지 답답할 뿐이다. 전직 대통령의 검찰출두는 1995년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축재한 혐의로 구속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노 전 대통령은 청와대 구내에서 전달받은 100만 달러, 조카사위 계좌로 들어간 500만 달러,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이 빼돌린 청와대 특수활동비 12억5000만원 등에 대해 재임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인 문재인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며 조사에 응했다. 검찰 관계자는 그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폈다고 전했다. 검찰은 구속수감중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정 전 총무비서관의 진술과 엇갈린 경우 대질신문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검찰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사실을 확정하고 법적 결정을 내릴 때가 됐다. 이와 관련해서는 대외 신인도()를 고려해 구속은 피해야 한다거나 불구속 기소로 법원의 판단을 받는 게 마땅하다는 등 그동안 논란이 난무했다. 심지어 생계형 범죄에 지나지 않는다든가, 아예 기소하지 말고 깨끗이 잊어버리자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검찰의 법적 결정이 감상적 논란이나 정치권의 정치적 논리, 정파적 주장에 좌우될 수는 없다. 결정은 검찰의 정치적 독립과 중립성에 입각해 오로지 조사결과와 법적 판단에만 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