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AS모나코)과 이근호(주빌로 이와타)는 24세 동갑내기다. 둘 다 어릴 때부터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스포트라이트는 언제나 박주영 차지였다. 고교 시절 부평고 이근호는 주전 공격수로 활약하며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청구고 박주영은 이미 전국구 스타였다. 이근호에겐 고교 스타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박주영에겐 초고교급 천재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프로에 와서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입단 첫해인 2005년 FC 서울 박주영은 K리그와 컵대회에서 18골을 넣으며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반면 인천 유나이티드 이근호는 5경기 출전에 그쳤고 결국 2군으로 떨어졌다.
이미 끝난 것 같던 동갑내기 라이벌의 경쟁은 이근호의 부활로 새롭게 전개됐다. 이근호는 2군 MVP에 뽑히더니 대구 FC로 트레이드 된 첫해인 2007년 국내 선수 가운데 최다 골(10골)을 넣었다. 반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던 박주영은 소속팀 주전 경쟁에서도 밀리며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서로 엇갈린 길을 걸었던 박주영과 이근호. 하지만 지난해와 올 초 각각 프랑스와 일본으로 진출한 뒤 주전 공격수로 나란히 활약을 펼쳤고 허정무 감독은 이들을 투 톱으로 낙점했다. 3일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오만과의 평가전(0-0 무승부)에서도 이들은 골을 넣진 못했지만 전반 45분 동안 호흡을 맞추며 인상적인 모습을 남겼다.
박주영과 이근호가 대표팀에 함께 뽑힌 건 처음이 아니다. 2005년 20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 때와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무대에서 나란히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러나 2005년에는 이근호가 본선 3경기에서 1분도 뛰지 못했다. 지난해엔 박주영이 부상 후유증과 부담감 등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축구 관계자들은 이들 동갑내기 라이벌의 활약에 따라 남은 월드컵 최종 예선뿐만 아니라 내년 월드컵 본선 성적까지 좌우될 것으로 믿고 있다. 허정무 감독은 반 박자 빠른 슈팅 능력과 넓은 시야를 갖춘 박주영과 타고난 스피드에 골 결정력까지 갖춘 이근호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 최고의 조합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청소년 대표팀 시절과 베이징 올림픽 때 이들을 지휘했던 박성화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박주영과 이근호는 팀 전술과 개인 전술 모두 능한 선수라 컨디션만 좋다면 어느 팀도 부럽지 않은 최상의 공격 카드라고 말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