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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부 지식인들의 시국선언 집단주의적 진영논리 아닌가

[사설] 일부 지식인들의 시국선언 집단주의적 진영논리 아닌가

Posted June. 11, 2009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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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무 서울대 총장은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3일 서울대 교수 124명의 시국선언에 대해 서울대 구성원 전체의 의견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은 학문과 사상의 자유에 봉사하는 곳으로 시국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면서 시국선언을 한 교수들과 의견을 달리하는 교수도 상당수 있다고 했다. 이 총장의 발언은 시국선언 참여 교수가 전임강사 이상 전체 서울대 교수 1786명 중 6.9%에 불과하다는 숫자의 문제만 지적한 것으론 보이지 않는다. 다른 어떤 집단보다 다양성이 존중돼야 할 대학에서 정치적 색깔을 띤 시국선언이 전체 대학사회를 대표하는 것처럼 보이는 데 대한 우려의 표현일 것이다.

지금까지 60여개 대학 3000여명의 교수들이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릴레이 시국선언은 서울대 교수들의 그것과 내용에서 별 차이가 없다. 요약하자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사과하라는 것과, 정부가 집회결사의 자유를 억압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정부가 지난 10년간의 대북정책 성과를 위험에 빠뜨렸다는 견해도 들어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과 좌파 시민단체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과 정부의 책임을 연결시키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민주주의 위기 주장도 지엽적인 것을 확대과장하거나 사회 현상을 포괄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단견()이다. 북한의 핵 개발과 도발로 초래된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을 전적으로 이 정부에 전가하는 것은 매우 편향적()인 인식이다. 지식인이라면 사안을 균형 있게 바라봐야 하고, 비판을 하더라도 논리성 합리성 타당성을 갖추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교수들 128명은 그제 지금까지 나온 대학가의 시국선언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이 성명은 지성이 불편부당성과 겸손함을 가질 때 비로소 지성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 자신들만이 공감하는 정파적 내용을 시국선언이라는 형식을 빌려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공정한 방식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쟁점과 토론의 주제가 될 만한 사안을 굳이 선언문 형식으로 발표하는 것은 지성의 바른 표출이 아니고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라는 견해도 경청할만 하다. 이들 128명의 교수는 시국선언 참여자들에게 공개적 토론회 같은 소통과 대화의 장을 갖자고 제의했다. 그런 토론은 활성화돼야 한다고 본다.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는 갈등과 분열이 통제 불능상태에 빠져 국가적 위기를 초래할지, 아니면 적절한 여과과정을 거쳐 화합과 통합으로 승화될지는 그 사회의 성숙도에 달렸다. 특히 사회적 담론을 이끄는 지식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의 분위기를 타고 쏟아져 나오는 시국선언은 6월 10일을 전후해 광장의 확성기에서 흘러나오는 격앙된 목소리와 주조(주조)가 비슷하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